파키스탄 고교생, '살신성인'으로 수백명 구해

파키스탄의 한 고교생이 학교에 들어가려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제지하다가 폭발로 함께 숨지면서 많은 학우의 목숨을 구해냈다.

주인공은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한구 지역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이티자즈 하산이다.

아이티자즈는 6일 오전 지각하는 바람에 벌로 교문 앞에서 조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이 그의 형 무지타바의 말을 빌려 9일 보도했다.

다른 지각생 2명과 함께 교문 밖에서 기대하던 아이티자즈는 마침 자신에게 다가온 20대 괴한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괴한이 학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있을 때 다른 지각생 2명 중 한 명이 괴한 조끼에 폭탄이 달려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에 다른 지각생들은 황급히 교내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이티자즈는 괴한을 붙잡고 교내 진입을 막았다. 결국 실랑이 끝에 괴한이 조끼에 달려 있던 폭탄을 터트리는 바람에 아이티자즈는 그와 함께 사망했다고 무지타바는 전했다.


당시 교내에는 2천명 가량의 학생이 조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무지타바는 "동생이 이처럼 위대한 죽음을 맞이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동생은 자신을 희생해 수백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2남2녀 중 둘째 아들로 아이티자즈를 둔 무자히드 알리 하산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사망했음에도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들이 극소수인 전 세계 순교자 대열에 합류해 자랑스럽다"고 눈물을 삼켰다.

이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도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학생 아티프 후사인은 "아이티자즈가 다른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면서 "누구도 교육권을 빼앗아갈 수 없다"고 테러범을 겨냥했다.

파키스탄에선 엄격한 율법시행을 주창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근대식 교육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내 학교에서 일어난 최초의 자폭테러라고 당국은 밝혔다.

현지 테러단체인 라슈카르-에-장비는 소속원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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