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방송통신심의委 '공안 심의' 시도 중단해야"

모호한 규정으로 정치적 심의 우려…"기존 독소조항부터 개정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시민·노동단체들은 9일 오후 방심위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심위의 위헌적인 방송 및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민언련 등은 우선 "'민족의 존엄성' 조항 신설은 여론에 밀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오히려 방심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심의 근거 규정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졸속으로 입안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입안 예고됐던 '민족의 존엄성' 조항은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인식된 역사적 사실 또는 위인을 객관적 근거 없이 왜곡하거나 조롱 또는 희화화해 폄훼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전문가들로부터 "조항 내용이 모호해 차별적 심의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민단체들은 또 "신설하는 29조 2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국가보안법의 방송심의버전"이라며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적 비판방송에 대한 징계를 남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박건식 PD협회장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부와 정권이 정한 질서로 해석해 비판적인 방송 등에 문제의 조항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심위가 공안통치에 충실한 하수인이자 집행인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양적 균형성을 기계적으로 요구하는 제9조 2항 '양적 균형성 조항'과 재판 중인 사건의 방송을 제한하는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한 방송제한)도 정치심의에 악용되는 대표적 조항"이라며 "방심위가 할 일은 기존의 위헌성 지적을 받아온 심의 조항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처장은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징계결정 취소 판결을 예로 들며 "권력의 감시라는 언론의 책무를 심의제도가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고등법원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방심위의 '주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CBS가 방통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재심 결정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아울러 국가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검열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방심위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진보넷 장여경 정책활동가는 "UN 인권이사회에서도 한국 정부에 '표현의 자유를 개선하라'며 방심위를 민간기구에 이양하라고 수차례 권고했다"며 "행정기관의 방송·정보·통신심의를 폐지하고 민간 기구를 통해 자율적으로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위헌적 검열의 근거인 심의규정 개정 △양적 균형성 조항 개선 △방송심의규정 제11조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 즉각 폐지 △통신심의대상 구체화 △시정요구 대상자의 의견진술기회 등 권리 보장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방심위는 이날 오후 3시 시작한 전체회의에 9명의 심의위원 전원이 참석, 지난 11월 입안예고했던 방송심의규정과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의결되면 3일 동안 관보에 게재된 뒤 곧바로 개정안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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