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려놓으니 새로운 길 보이더라”

[노컷인터뷰]제2의 음악인생 시작이라는 김종서 뭐가 달라졌나

데뷔 27년차 가수의 눈빛이 마치 신인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걸 본 순간 뭔가 큰 변화의 시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록커 김종서는 지금 제2의 가수인생을 열어젖히고 있다. “오래 잠을 잔 것 같다”는 김종서는 용기를 내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


새로운 첫 페이지는 지난달 발표한 ‘아프다’다. 김종서가 “2014년판 ‘겨울비’”라고 소개한 이 곡은 웅장하고 무거운 편곡의 방식을 벗어나 악기를 간소하게 사용하며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그 세세한 감성을 살렸다. 변화의 중심에 바로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2011년 리메이크곡 ‘그것만이 내 세상’ 이후 2년여 만이다. 숫자로는 2년이지만 김종서의 마음속 공백기는 2005년 발표한 정규 9집 앨범 이후부터다. 그는 꽤 오래 전부터 외적으로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혔고, 내적으로는 보컬의 한계를 느꼈다.

정체기였고, 탈출구는 성악이었다. 김종서는 지난 2년여의 시간동안 성악을 공부했다.

“보컬의 한계를 느낀 건 어느 순간 기복이 크다고 느끼면서부터예요. 해법을 찾다 보니 제가 성대에 무리를 주는 보컬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성악 쪽은 나이 80이 돼도 자기 목소리를 내잖아요. 뭔가 있겠다 싶었고, 도전을 하게 됐어요”

“힘든 과정이었어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까지 갔으니까요. 중간엔 이도저도 아닌 게 돼서 포기의 문턱까지도 갔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이제 조금 보이기 시작한 단계지만 다시 또 몇 십 년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어요”

김종서의 깨달음은 “목소리는 다스리는 게 아니라 달래는 것”이란 말에 집약돼 있었다.

독학으로 시작해 20여년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견뎌왔던 김종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김종서는 정체기라는 말을 ‘깨달음의 시기’로 정정했다. 그만큼 지난 몇 년은 김종서에게 방황의 시기였고 배움이 절실했다.

기십 년간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 왔고 또 인정을 받아온 이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종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나름 한 분야에서 제 이름을 알렸는데, 이전에도 이런 시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제 자신을 내려놓을 용기가 없었어요. 제 자신도 그렇고 외부 환경도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엔 방송을 한다고 하면 음악무대였는데 언젠가부터 방송은 예능이 됐잖아요”

김종서는 예능에 집중했던 시간이 있었다. 공연을 해도 아무도 공연하는 줄을 몰랐던 시기의 일이다. 그 1년 여간 행사도 많이 들어왔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힘든 1년이었다. 인지도를 노래로 옮겨가고자 했지만 노래에 대한 집중력은 약해졌다.

“사실 지금은 제 스스로를 내려놓기도 했고 마음이 가벼워져서 괜찮은데 그땐 힘이 너무 들어가고 또 목적의식을 갖고 하니까 불편하더라고요.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목적 없이 순수하게 매순간을 즐기게 됐다고 해야 하나”

마음가짐의 변화는 콘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출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신경 썼던 김종서는 모든 걸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본인은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몇 년은 앞으로 또 몇 십 년을 책임지는 배움의 시기였어요. 초심 초심 하는데 정말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결과가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전 제 자신에게 시작이라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제2의 노래인생이 시작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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