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통일은 대박이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전국민적인 유행어가 되고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없이 통일시대 기반구축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구상이거나 체제결속 또는 통치구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신년구상에서 밝힌 '통일기반 구축'은 현정부가 출범하면서 설정한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 평화통일 기반구축'의 연장선에 있어서 시비를 걸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년동안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한 끝에 갈등과 대결 요소가 커진 가운데, 특히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통일시대 기반구축'이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또 본인이 부인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12월 21일 송년회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여서 장성택 처형-남재준 원장 발언-박 대통령 신년구상이라는 일련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상황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면서 뭔가 남쪽이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의 상당한 간극을 보여줄 뿐이며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통일기반 조성과 관련해서는 ▷비핵화와 남북관계개선 ▷통일지지 여론기반 조성 ▷통일외교의 세가지 측면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은 '통일지지 여론기반 조성'에만 치중한 것"이라며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더 나아가 조선일보의 통일시리즈 보도와 연결해 차기 대선까지 바라보는 장기적인 이슈선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2015년이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고,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사느냐 하는 미래동력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일 뿐 정략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안되고 남북관계 개선이 안됐는데 통일시대 기반구축이 가능햐냐고 나오면 할 말은 없지만 분단에 익숙해지는 것을 막고 통일을 생존의 기회와 생존 전략으로 삼자는 의미 "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통일시대 기반구축'이라는 화두가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진정성을 의심받고 통일부에서도 생뚱맞다는 비판을 받았던 류우익 당시 통일부 장관의 '통일항아리'사업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에 아랑곳없이 통일시대 기반구축은 여권의 정치적 구호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1.3 신년인사회), "내년이면 분단 70년이 되는 한반도 상황에서 분단의 고통을 치유하고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1.7 국무회의)고 기회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통일대박'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친박계 대부격인 서청원 의원은 7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당협위원장 만찬에서 '통일'을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대박'으로 화답했다.
이인제 의원은 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통일의 미래가 밝다는 상징적인 규정이고, 대통령이 말씀하셨다는 것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