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가운데 들어선 불산 업체..행정기관은 몰랐나

갑자기 불산공장으로 바뀌었는데..손 놓은 금산군(?)

지난 2012년, 5명이 숨지고 만 명이 넘는 주민이 치료를 받았던 구미 불산 사고. 유독성의 불산은 화학성분인 산의 일종으로 침투력이 강해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공기 중에 노출돼도 위험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불산이 충남 금산의 한 농촌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금산 청정 마을의 한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이 농촌마을 하천으로 흘러든 것인데 불안한 주민들은 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CBS는 금산 마을을 뒤덮고 있는 불산 공포 사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충남 금산 청정 마을...불산 누출 '발칵'
②깻잎도 미나리 농사도...건강도 위협
③갑자기 불산공장으로 바뀌었는데...손 놓은 금산군(?)

불산 누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의 청정마을.

청정마을 근처에 어떻게 불산을 취급하는 업체가 들어오게 됐을까?

또 관할 충남 금산군은 불산을 누출해 주민들을 공포에 빠트린 A업체가 불산을 취급하는 것을 5년간이나 알지 못했을까?

금산군의 안일한 행정처리가 불러온 결과였다.

금산군에 따르면 A업체가 금산군 조정리 청정마을에 위치하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9월쯤. 애초 A업체가 들어서기 전 이곳에는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B기업이 위치했다.

A업체는 B기업이 있던 공장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뒤 업체를 세웠다. 당시 A업체의 주요 제품 생산에 쓰였던 것이 불산 같은 화학물질.

보통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공단 안에 세워지는 게 보통이지만, A업체는 100여 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 한 가운데 들어섰다.

A업체가 승인된 날은 바로 다음 달인 10월. 군은 업체의 승인요청을 단 20여일 만에 끝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인허가 과정을 두고 금산군의 미숙한 행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후 약 5년여 동안 A업체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며 관련 물품을 생산해냈다.

A업체가 불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군이 알게 된 건 지난 2012년 10월쯤.


구미에서 5명이 숨진 불산 사고가 터진 뒤 충남도는 부랴부랴 유독물질 취급 사업장 파악에 나섰고 군은 뒤늦게 A업체가 불산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접 업체 인허가를 내주고도 5년 만에 위험성을 인지한 셈이다.

군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동철 금산군수는 “당시 A업체가 불산을 취급하는 곳인지 알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원래 있는 공장을 인수해 들어오는 업체였기 때문에 인허가 과정에서 실무진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주민들도 군의 미숙한 행정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이정애(59·여) 씨는 “불산을 다루는 업체가 청정마을로 들어왔으면 드러내고 들어와야 당연한 거고 군도 이를 인지했어야 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훗날 만약 구미와 비슷한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군에서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예(80·여) 씨도 “마을이 이 난리가 났는데 대체 군청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불산 누출 사태가 벌어진 뒤 이를 수습하는 군의 태도다.

업체를 유독물질 배출 등의 혐의 검찰에 고발조치 하긴 했지만, 정작 불산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대책위 박희환 목사는 “주민들이 있을 때만 불산 누출에 대한 농도 측정이 이뤄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주민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군 차원의 대책은 말뿐”이라며 “금산군을 책임져야 할 군수조차 사태가 벌어진 뒤 단 한 번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관할 국회의원인 이인제 의원이 주민들의 민원을 듣기 위해 조정리 현장을 찾았을 때 박동철 군수는 그제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후 정작 해결책 등을 모색하기 위한 A업체 사장 등 관계자들의 간담회 자리에는 혼자만 자리를 비웠다.

군 관계자는 “업체가 이전하지 않고 마을 안에 위치할 때까지는 최대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게 군의 방침”이라며 “업체 내에 어디서 불산이 누출되고 위험이 있는지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를 조사할 예정이고 환경감시단 운영과 토양, 지하수 오염 측정 문제 등 불산 누출 전 부분을 비대위와 긴밀히 협조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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