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장성택 처형'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주자는 취지가 강하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북한의 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통일 기반 조성 등을 위해 한미 양측은 북한 평가를 깊이 있게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협의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미 한미 양국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작전계획 5029'와 같은 연합 대응계획 등을 작성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급변사태에 대비하면서 통일에 공동 대비한다는 원칙에 공감한 바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며 국민의 체감지수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5년 내에 북한에서 돌발적인 급변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군 당국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인 주한미군 일부를 한강 이북지역에 남겨두기로 하는 등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내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장성택 처형' 직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서) 김정은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괴팍한지, 북한 정권 내부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며 "정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나쁜 징조"라고 말했다.
중국도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감안해 드러내놓고 입장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체제의 불안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16일 "북한의 정세에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하며 중국은 장성택 사후 북한의 정세를 연구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일정한 틀을 갖추게 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동참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주목된다.
중국이 역내 정세 안정을 위해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중국은 어디까지나 자국 이익을 토대로 행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른바 'G2(주요 2개국) 구도' 유지를 위해 미국과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할 수 있지만 한국과의 협의에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을 의식할 때 더욱 그렇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협의를 이미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국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논의를 위한 국제적 협의공간이 확대될 경우 6자회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수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 급변사태 등의 협의방식에 대해 "현 시점에서 특별히 협의체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외교소식통은 "급변사태 가능성을 포함해 북한 체제 내부의 동향은 핵 문제와 함께 앞으로 수년간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관련국들의 계산과 속내가 서로 달라 구체성과 내용성이 부족한 논의로 흐를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