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23년을 뛰면서 355승227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17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뒀고,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았다. 183cm, 77kg의 메이저리거치고는 작은 체격이었지만 '약물의 시대'를 오로지 제구력 하나로 이겨냈다.
기록에서 보듯 '마스터' 그렉 매덕스(48)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문제는 만장일치의 여부였다.
명예의 전당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 570명으로부터 75% 이상의 표를 얻어야 입성이 가능하다. 투표권자는 최대 10명에게 표를 줄 수 있다. 매덕스는 지난 7일 중간 집계 결과 130명에게 모두 표를 받았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사상 첫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했다.
하지만 8일 한 명의 기자가 매덕스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바로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 LA 다저스를 담당하고 있는 켄 거닉이었다.
거닉은 잭 모리스에게만 한 표를 준 뒤 나머지 9개 표는 기권했다. 거닉은 "누가 약물을 했고,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약물의 시대에 뛴 선수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약물 복용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시대에 뛴 선수들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미다.
만장일치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거닉의 말대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약물로 얼룩졌다. 배리 본즈와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은 모두 약물 스캔들로 무너졌고, 로저 클레멘스와 같은 최고의 투수도 약물로 명예를 잃었다. 이들이 후보에 오른 지난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이유다. 이들은 올해에도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매덕스는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약물의 시대'를 이겨냈지만 같은 시대에 뛰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비록 만장일치는 깨졌지만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은 남아있다. 현재 매덕스는 전체 투표의 28.3%가 공개된 가운데 99.4%의 지지를 얻었다. 이전 기록은 1992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톰 세이버의 98.8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