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을 편드는 처신과 미국내 여론과 동떨어진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뜻밖의 사절단이 북한에서 기묘한 외교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로드먼 일행의 북한 방문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우선 신문은 로드먼 일행 중 일부가 음주상태에서 게임하기나 가정불화 등으로 물의를 빚은데다 일부는 길거리 농구선수라고 꼬집었다. 오합지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균 연령이 48세나 되는 로드먼 일행이 그럴싸한 팀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되레 이런 특이한 구성원들이 북한을 방문해 전세계 외교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으며, 스스럼없이 북한을 방문하는 그들의 태도에 일부는 시기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로드먼의 행보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로드먼의 방북에 대해 외교를 하는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접근 방식도 아니고 그 어느 누구도 외교관을 뽑을 때 로드먼을 1순위로 영입하지 않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북한과의 대화·소통에서) 이 게임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러한 교류는 미국인을 악한 전쟁침략자들로 인식하고 있는 억압적인 정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인을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드먼 방북에 관여한 아일랜드의 도박회사 패디 파워 측의 전언을 토대로 당초 로드먼 일행이 북한에서 농구경기를 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각이었다고 보도했다.
로드먼이 이번 방북을 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뉴욕 닉스 출신 선수 찰스 스미스는 NYT에 "로드먼의 심장은 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그의 뜻은 순수하다"면서 "다만 로드먼은 자신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미스 선수는 정작 이날 평양을 방문한 직후 북한 방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평양발로 전했다. 이 선수는 "평양에서 열릴 농구대회가 정치행사에 의해 위축된데다 로드먼이 지나치게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발언을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로드먼은 이날 방송에 나와 자신의 처신을 두고 비난 일색인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에 유감을 나타냈다.
로드먼은 이날 CNN 시사프로인 '뉴데이'에 출연,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이것은 세계를 위한 위대한 생각"이라며 "사람들은 항상 내가 하는 것을 무시한다. 이는 이상한 일"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같은 이들도 세계에 멋진 일을 하는데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로드먼은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북한 지도자들에게 미국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요청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북한의 처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앵커가 화난 목소리로 "김정은이 고모부(장성택)를 죽이고 1년째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다. 그런 사람을 친구라고 하느냐"고 쏘아붙이자 로드먼은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 안쓴다"며 "당신은 지금 마이크 뒤에 있는 친구"라고 거칠게 받아치는 등 설전을 벌였다.
그는 또 김정은을 향해 "나의 친구를 사랑한다. 나의 친구"라며 무한한 애정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전문가인 데니스 핼핀은 이날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에서 "소식통들에 의하면 고가의 사치품과 뇌물(bread and circuses)을 김정은에게 상납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로드먼이 네 번째인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을 만나면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김 위원장을 만나는 첫 외국 인사가 된다.
지난해 2월과 9월 잇따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로드먼은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달 19일 방북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로드먼 일행의 방북을 '사적인 일'로 규정하면서 미국 정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로드먼은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 않고 공식적인 역할도 없다. 그의 발언을 보거나 들을 때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로드먼의 방북 문제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