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실은 임대주택 40% 감축

정부, 국민주택기금 임대주택 사업비 대폭 삭감…2년 후 전월세 대란 우려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갑오년 새해 국정운영 구상 등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쾌적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서 전월세 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무주택 서민들에게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주거정책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지원을 늘리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그물은 주지 않고 우선 당장 굶주린 배를 채우도록 물고기만 쥐여주는 모양새이다. 장기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난이 우려되고 있다.

◈ 국민주택기금…구입전세자금↑, 임대주택 건축비 ↓

국토교통부가 올해 편성한 국민주택기금 총지출 규모는 본예산 기준 17조9천661억 원으로 지난해 17조2천127억원에 비해 4.4%인 7천53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주택기금에서 지원되는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은 지난해 7조6천500억 원에서 올해는 9조4천억 원으로 무려 22.9%나 급증했다.

지난해 하우스푸어와 전월세 대란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정부가 생애최초주택구입과 공유형 모기지 등 구입, 전세자금에 기금 몰아주기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발표했던 4.1 부동산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 등이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자금이 그만큼 많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처럼 무주택 서민들에게 현찰 지원을 늘리면서 정작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건축사업비는 대폭 줄였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주택기금이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건축사업비는 지난해 2조8천억원에서 올해는 1조4천억원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의 건축사업비는 1조원에서 2천억원으로 삭감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장기적으로 쾌적한 공공임대주택"…공급물량은 40% 이상 축소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쾌적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올해 임대주택 사업승인물량은 주택기금 감소로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주택의 사업승인물량을 지난해 4만5천 가구에서 올해는 2만5천 가구로 44.4%나 감축했다.

또, 30년 장기 국민임대주택은 4만 가구에서 2만8천 가구로 30%를,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은 지난해 1만 가구에서 올해는 2천 가구로 80%나 축소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미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착공하지 않고 있는 임대주택 물량이 전국에 27만 가구에 달한다”며 “이들 물량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을 대폭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 임대주택 사업승인물량 축소…2년 뒤 준공물량 감소, 주택난 우려

문제는 임대주택 사업승인물량이 줄어들면 2-3년 뒤 준공물량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공공임대와 국민임대, 영구임대주택의 사업승인 물량을 지난해보다 3만5천 가구나 줄이면서 그 영향이 2~3년 뒤에 임대주택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은 꾸준한 공급이 중요한데 올해 너무 많은 물량을 줄였다”며 “향후 저소득 주민들의 주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행복주택 2만4천 가구가 사업승인이 나면 전체적인 임대주택 물량은 줄지 않는다”며 “오는 2017년까지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복주택사업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입주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임대주택 축소공급 정책이 장기적으로 3~40대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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