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4월 어느 퇴직자에게 생긴 일 =성영훈(68)씨는 2012년 은퇴 이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다. 월 100여만원의 월급으로 부인 이계순(가명ㆍ63)씨와 함께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했다. 이런 성씨에게 문제가 터진 건 2014년 4월께다.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폐지를 줍던 부인 이씨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이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씨는 은행대출을 부랴부랴 알아봤지만 '불가통보'를 받았다. 낮은 신용도가 문제였지만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받은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대부업체들이 앞다퉈 이자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성씨는 피눈물을 흘리며 대출을 받았다. 부인을 수술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 부인이 회복돼도 걱정이 태산이다.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데, 여력이 없어서다. 어쩌면 콩팥을 떼내 줘야 할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끔찍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업 이자율 한도를 규정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3일 본회의를 열고 대부업의 최고 이자율 한도를 기존 39%에서 34.9%로 내리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개정법률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4월부터 시행된다. 효력시한은 2015년 12월 31일로 2년 연장됐다.
대부업 이자율 상한제는 2013년 12월 31일 만료예정이었다. 지난해 본회의에서 개정하지 못했다면 근거조항이 사라져 대부업 이자율이 급등하는 등 피해가 예상됐다. 개정이 늦어진 건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최고 금리를 연 30%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금리인하→대부업체 수익성 악화→저신용자 대출규모 감소→급전 필요한 서민, 불법 사금융 이용'이라는
◈ 이자제한법 사각지대 대부업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대부업 이자율에 대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다"며 "법률 개정전에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과정이 이뤄지지 않고 여ㆍ야는 서로의 입장만 주장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규제 일몰제는 불합리한 행정제도와 과도한 행정규제를 막기 위해 효력의 시효를 정한 것"이라며 "대부업체의 도산 가능성을 이유로 이자율 상한제 관련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한 건 행정규제 일몰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업 이자제한법의 효력기간을 폐지하고 이자상한규정을 영구화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에선 '이자제한법(25%)'을 대부업에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부업 이자는 이자제한법보다 높은 금리가 책정됐다. 또한 대부업계는 실제 평균 대출원가가 30% 중반대에 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이자제한법 적용 대상에 대부업체가 포함될 경우 대부업의 음성화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 주장이 고리대금의 전형적인 논리라는 비판도 있다.
최계연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고리대금의 전형적인 논리다"며 "2002년 연 이율 66%의 대부업 이자제한법이 등록될 때도 똑같은 논리를 들어 대부업 제정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 신용공급이 가계부채를 키우고 있다"며 "저신용자의 금융소외는 복지문제로 풀어야 하고 사채금융의 음성화 문제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ㆍ감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부업 이자제한 규제 상시화해야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대부업 이자제한과 관련된 일몰제 규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 문제가 없을 때 법을 폐지하겠다는 취지"라며 "하지만 대부업을 이용할 만큼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에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