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1층 로비에는 소지품을 검사하기 위한 검색대가 설치됐고 경원실 직원들이 출입기자들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했다.
모 일간지 소속 여기자는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왔다가 "내용물을 직접 마셔보라"는 요구를 받을 정도로 검색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오자 2층 브리핑룸에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각 수석, 그리고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이 속속 자리를 메웠다.
10시 정각, 박 대통령이 브리핑룸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은 것은 지난해 3월 4일 정부조직법 통과를 촉구하기위한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10개월 만이다.
분홍색 상의에 국방색 바지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준비해 온 '2014년 신년구상'을 읽어내려 갔다.
신년구상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를 24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했고 이어 '투자'와 '개혁'도 각각 7차례 거론하는 등 올해 최대 국정 목표가 경제활성화라는 점을 뚜렷히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 내용을 메모하거나 답변시에는 여러가지 손동작을 취하기도 했으며 질문의 내용에 따라 가끔 농담을 던지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식히기도 했다.
또, 개각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양쪽에 앉아있는 장관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눈에 불을 뿜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삭막했던 지난해 3월 대국민담화 발표 당시와 비교해봤을 때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박 대통령은 보다 여유만만해 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질문자와 질문수가 제한되면서 계속 지적돼온 인사실패 문제, 그리고 미흡한 국민대통합 문제 등의 다양한 질문이 나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춘추관 1층에 위치한 각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200여명에 이르는 출입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지난 한해 고생이 많았는데 앞으로 더 건강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 뒤 춘추관을 떠났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에는 조원동 경제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그리고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이 기자회견 내용을 보충하는 브리핑을 잇따라 갖는 등 좀처럼 얼굴 구경이 힘들었던 수석들이 분주히 춘추관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