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는 실패, 자본주의는 파산…그 다음은?

[신간] 《공통체》

자본이 사적으로 지배할 것이냐, 아니면 국가가 공적으로 통제할 것이냐? 혹은 사유화이냐, 국유화이냐?


그동안 우리가 봐 온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서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공통체》. 현존하는 가장 급진적인 학자이자 투사로 불리는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함께 쓴 ‘제국 3부작’의 마지막 책이자 종합편이다.

저자들은 전작 《제국》에서는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전 지구적 제국 권력이 낳을 파장을 경고했고, 후속작 《다중》에서는 네트워크적인 제국화가 오히려 그에 대항하는 다중을 탄생시킨다는 통찰을 내놓았다.

2013년 터키의 게지공원 재건축 반대시위, 브라질의 버스비 인상 반대집회, 한국의 철도 민영화 저지운동 등이 보여주듯이 이미 다중은 공원, 버스, 철도와 같은 공통의 것에 대한 사유화에 반대하고 공통적인 것의 민주적 관리를 요구한다.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the common’의 번역어로서, ‘모든 것이 직접적으로 열려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는 15세기 인클로저 운동과 함께 ‘공유지’(the commons)를 사유화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공통적 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삶’을 뜻하던 공통체(commonwealth)를 차용하여 단순히 ‘국가’를 가리키는 말로 바꾸어버렸다.

저자는 국가와 자본이 ‘공통체’를 파괴한 장본인이므로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역사의 역설이라며, 이 단어를 사용한다.

책의 전반부에는 공통적인 것의 존재를 은폐하고 억압하는 세 가지 틀인 공화국, 근대성, 자본에 대해 탐구한다. 이 틀은 각각 소유 공화국, 자본주의적 근대성, 수탈적 금융자본의 형태로 현실에 존재하며, 공통적인 것의 발전을 방해하고, 부패시키는 도구로 작동한다.

후반부에서는 공통적인 것의 현황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분석을 담고 있다. 집단적 생산과 자치에 대한 다중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그 능력을 확대하면서 공통적인 것을 제도화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세계적인 석학 슬라예보 지젝은 이 책에 대해 “‘사회주의는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파산상태다. 다음에 올 것은 무엇인가’ 네그리와 하트가 그 답을 제시한다”고 평했다.

《공통체》 /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지음 / 정남영, 윤영광 옮김 / 사월의 책 / 600쪽 /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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