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ㆍ월세 문제는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데서 기인한다. 집값 거품을 인지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매매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자꾸 떨어지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 폭락으로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했다. 내 집 마련이 평생 꿈인 서민들이 집 구매 뜻을 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결정적인 실책은 전세 거품이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전세대출공급을 늘린 것이다. 전세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대출공급을 늘리거나 금리를 낮춘 땜질식 처방이 전세금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전세자금 보증 잔액은 2009년 말 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3년 만에 2.4배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의 가격, 규모, 세입자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5억~6억원 이상의 주택 세입자에게도 보증을 서주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집 구입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층의 전세금 대출이 수월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이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결국 주택매입 수요는 줄고, 전세 수요는 늘어 전세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서민에게 주택 거품을 전가한 꼴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기지 금리인하 정책 등을 통한 매매 유도는 빚을 내서 집을 구입한 서민을 하루아침에 '하우스푸어'로 만들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100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하고,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전ㆍ월세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부양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전ㆍ월세 상한제를 마련하고,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던 권리를 임차인에게 보장해야 한다.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고, 과표정상화 등을 통해 집값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확충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