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다. 지점축소와 희망퇴직에 이어 시중은행·보험사·카드사의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만 55세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희망퇴직을 접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2014년 1월 위치가 가까운 지점을 통폐합해 지점수를 줄이고 필요할 경우엔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험사와 카드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생명은 2013년 11월 '전직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받았고, 알리안츠생명은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생명은 10월 51명을 희망퇴직을 받았고,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65명을 감원했다. 2013년 12월 4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신한카드는 정규직 100~150명 수준에서 희망퇴직자를 받을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전체 지점수를 줄이면서 1800여명의 인력도 줄였다. 해운·건설·석유화학 업계에서도 정년을 앞당겨 희망퇴직을 받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이 실시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구조조정 분위기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퇴직자를 품어온 자영업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6000명 줄었다. 2013년 1월 이후 10달째 감소세다. 2014년 예상대로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면 자영업계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는 노후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영 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50~59세) 중 연금(사적+공적)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56.7%에 달했다. 국민연금을 가입했어도 기대연금액은 남성은 월 51만원, 여성은 월 35만원 수준에 그쳤다. 베이비부머로선 퇴직하는 순간 '삶의 벼랑'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런 노후준비도 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와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자까지 쏟아져 나온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퇴직자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가 50세 직후 퇴직한 다음 재취업할 수 있는 부문은 경쟁은 치열하고 수익성도 높지 않은 분야"라며 "정부가 나서서 정년연장이나 퇴직 근로자의 계약직 재고용,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으로 그들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