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1500대에 깃든 지구촌 추억 '찰칵'

[노컷이 만난 사람] 카메라 컬렉터 문재철씨

문씨는 "아날로그 카메라는 단순히 기계라고 할 수 없다"며, "부품 하나 하나 만든 장인의 정성과 노력이 스며 있고, 사용했던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셔터를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카메라 하나하나에 깃든 갖가지 사연을 함께 수집하며, 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컬렉터가 있다. 공간갤러리의 주인장 문재철씨 이야기다.

문씨에게 또 하나의 눈이 되는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세상은 늘 신기하고 새롭기만하다. 사진을 향한 열정은 카메라 수리법을 익히게 했고, 항공 촬영을 위해 경비행기와 모형 비행기 조정까지 배웠다.

사람들은 컬렉터하면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취미로 치부한다. 미술품이나 화폐, 골동품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취미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모으는 것에 목적을 둔 수집광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사랑하고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컬렉터가 아닐까.

문씨의 갤러리 진열장에는 갖가지 희귀한 카메라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의료용으로 만들었다는 초접사 카메라 '라이카3F'와 쌍안경을 겸한 일제 '타스코 8000', 본체에 붙은 렌즈가 지갑처럼 접혀 수납되는 '레티나', 옛 동독의 카메라시장을 석권했던 '엑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최초의 국산 카메라 '코니카 35BC-1'…. 이 밖에도 캐논 본사의 제품군 진열장에도 없는 최초 모델과 높은 제조원가 탓에 몇 개 만들었다가 단종해버린 밝기 0.75의 전설로 남아 있는 렌즈도 진열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시해 놓지는 않았지만 손보지 않고 따로 보관해둔 것 중에는 냉장고 크기만 한 초창기 카메라도 있다고 했다. 문씨를 만나 카메라에 담긴 사연들을 들어봤다.

■ 전세계 희귀 카메라 1500여 대 수집

경기도 일산에 있는 공간갤러리는 추억의 공간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천장까지 가득 채운 카메라가 기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 문씨가 35년간 수집한 카메라는 모두 1500여대. 100년이 훌쩍넘은 골동품부터 비교적 근래에 수집한 '스페셜 에디션'까지 전세계 모든 카메라가 컬렉션 명단에 있다.

문씨는 유명한 콜렉터이면서 수집한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는 작가이다. 특히, 문씨가 찍는 사진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떠날 때마다 늘 다른 카메라를 챙긴다. 카메라도 생명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골고루 써줘야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메라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느낌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문씨가 35년간 수집한 카메라는 모두 1500여대. 100년이 훌쩍넘은 골동품부터 비교적 근래에 수집한 '스페셜 에디션'까지 전세계 모든 카메라가 컬렉션 명단에 있다.

■ 모래폭풍 견딘 니콘 FM2, 혹한엔 라이카 M4

"치이~잉 찰칵, 치이~잉 찰칵" 라이카의 경쾌하지만 무게감있는 셔터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요즘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리다.


"악 조건 속에서는 엔틱 카메라만큼 든든한 카메라는 없지요. 요즘 카메라들은 혹한이나 모래폭풍 한번 지나고 나면, 셔터 몇번 누르고 다 스톱이거든요. 특정 카메라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로 렌즈때문에 라이카를 쓰지만, 사막 여행때는 모래속에 집어 넣다빼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좋은 니콘 FM2 기종의 카메라를 씁니다."

문씨는 지난 2012년 알래스카 툰드라로 출사 여행을 떠날때에도 디지털카메라 1대와 1985년에 구입한 라이카 M4를 가지고 갔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단다. 영하 4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디지털 카메라는 배터리가 나가 제대로 쓸 수가 없었던 반면, 수동카메라는 영하 45도에도 끄떡없이 버텨줬다.

"중학교 때 사진에 취미를 붙였거든요. 그때 쓴 게 최초의 국산 카메라인 코니카, 지금도 가끔 씁니다. 카메라를 처음 수집한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에요. 당시 월급이 3만2000원이었는데, 그중 2만5000원을 뚝 떼어 카메라를 샀죠. 그게 바로 '가난한 사람의 라이카'라 불리던 야시카 일렉트로35에요."

애지중지 카메라를 다루면서 그의 수집생활이 시작됐다. 때마침, 당시 자동카메라(필름)들이 나오면서 수동카메라들이 청계천 시장과 황학시장쪽에 막 쏟아져 나왔다.

■ 카메라에 담긴 사연 온기로 느껴져

2년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호사업을 시작한 문씨에게 해외출장 기회가 잦아지면서 컬렉션 기회도 많아졌다. 일과가 끝나는 대로 골동품 가게며, 벼룩시장을 뒤지고 다녔다.

문씨가 수집한 카메라에는 저마다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희귀 카메라인 라이카 1A는 베트남에서 찾았다. 베트남 인근 붕타오를 차를 타고 지나는 길이었다. 오토바이 가게를 지나는데 순간 눈이 번쩍였다. 차를 타고 가더라도 그런 건 눈에 들어오게 마련, 탁상시계 옆에 진열된 오래된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물속에 잠겼던 거라 형태만 남았더군요. 그걸 사와서 초음파 세정을 하고, 부품을 새로 간 후 촬영을 했더니 라이카답게 사진이 잘 나왔어요."

콜렉션에는 미국 남북전쟁 이전에 나온 미국 아구스의 박스형 카메라도 있다. 물론 작동도 잘 된다. 아구스 박스형 카메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나온 제품으로 1985년 미국 시애틀 출장길에 구입했다. 아이들 장난감인줄 알고 주인이 중고품 코너에 방치해 둔 것을 단돈 3달러에 샀다.

또 10년 전쯤에는 베트남에서 미국인 종군기자가 미군철수로 급하게 귀국하면서 숙박비 대신 남겨두고 갔다는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에 수십 년 동안 들어 있던 필름을 인화해보니 월남전 당시의 사진이 남아 있었다. 구한말 한국에서 선교사로 있었던 미국인 후손들로부터 구입한 대형카메라에 남아 있던 필름에는 당시 보부상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보물을 얻은 느낌이었단다.

문씨는 카메라 수리만 배운게 아니다. 항공 사진을 찍기 위해 3개월 간 호주로 날아가 정식으로 경비행기 라이센스도 땄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무인헬리콥터를 직접 제작해 항공촬영을 하고 있다.

■ 카메라 수리, 항공 촬영 법 배워

"수집한 카메라 중에는 고장 난 것도 적지 않아요. 한국에는 달리 수리할 곳이 없어서 스위스로 날아가 카메라 장인에게 직접 수리하는 법도 배웠어요."

문씨는 카메라를 수집하지만, 단순히 카메라를 모아만 두는 것은 아니다. 고장이 나서, 혹은 부품이 없어서 버려진 카메라를 틈나는 대로 손수 하나하나 분해하고 수리해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는다. 문제없이 작동이 되는 카메라도 분해했다가 청소를 하고 다시 조립한다. 카메라 한 대를 손보는데 보통 보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컬렉션의 종류도 더 풍성해졌다.

카메라 수리만 배운게 아니다. 항공 사진을 찍기 위해 3개월 간 호주로 날아가 정식으로 경비행기 라이센스도 땄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항공촬영법이 까다롭고 힘든지 몰랐다.

"강원도 오지 대부분이 군사 시설이에요. 국내에서 경비행기를 구해 출사를 가도 정보기관 장교가 옆에서 촬영한 것을 일일이 확인하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문씨는 그후 경비행기를 포기하고, 무인헬리콥터 조정을 배웠다. 무거운 카메라를 지탱할 헬리콥터는 국내에선 구할수 없어 부품들을 일일이 구해와서 직접 만들었다. 현재 5대 무인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다.

■ '돈 놓고 돈 먹기'식 투기…카메라 수집 방해

문씨는 이제 더 이상 카메라를 사지 않는다. 더 모을 생각도 없고, 더 모을 수도 없다고 했다. 최근 중국, 인도 등의 수집가들이 천정부지로 카메라 가격을 올려놓는 통에 카메라 수집이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투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즐겨보질 못했기 때문에 깊이있는 취미를 가질수 없는게 큰 이유 같아요. 그러다보니 결국 사랑하지 못하고 소유 해버릴려고 하는게 아닐까요."

문씨는 기자에게 혹 장롱 속에 깊이 넣어둔 오래된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다면 꺼내보라고 권했다. 오래전 가족들의 화목한 한때를,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자녀들의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퇴역한 낡은 사진기를 꺼내보며 옛 추억을 더듬어보라고 했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단순히 기계라고 할 수 없어요. 부품 하나 하나 만든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스며 있고, 사용했던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셔터를 통해 그대로 느껴지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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