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우승이라는 특명을 안고 새 팀으로 옮겨온 둘의 숙명의 경쟁이다. 공교롭게도 32살 동갑내기에 좌타자에 올 시즌을 앞두고 내셔널리그(NL)에서 아메리칸리그(AL)로 이동했다.
추신수는 우승을 염원하는 텍사스가 신시내티에서 '모셔온' 귀빈이다. 1번 타자 약점을 메우기 위해 추신수에게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의 거액을 안겼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거포 프린스 필더, 기존 애드리언 벨트레의 밥상을 차려줄 리드오프다.
아오키 역시 캔자스시티의 오랜 우승 가뭄을 해결해줄 선수로 꼽힌다. 캔자스시티는 밀워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아오키를 1번 타자로 내세울 전망이다. 캔자스시티는 아오키 외에도 좌완 제이슨 바르가스, 내야수 오마 인판테 등을 영입하며 29년 만의 AL 중부지구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첫 대결 추신수, 아오키에 압승
지난해 첫 대결은 추신수의 압승이었다. 추신수의 신시내티는 아오키의 밀워키에 지난해 6번 대결 중 5승1패로 압도했다. 추신수도 밀워키전 우위에 기여했다. 타율은 2할5푼4리였지만 지난해 상대한 팀들 중 가장 많은 볼넷 19개를 얻어내며 출루율 4할2푼2리를 기록했다.
6경기 16안타 11득점 1홈런 6타점 6도루로 톱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아오키는 타율 2할5푼9리 출루율 3할6푼8리 1홈런 2타점 4득점에 머물렀다.
시즌 대결에서도 아오키는 추신수에 타율(2할8푼6리)과 안타(171개)에서만 근소하게 앞섰고 나머지는 대부분 뒤졌다. 추신수는 지난해 타율 2할8푼5리 162안타 21홈런 54타점 112볼넷 20도루에, 특히 출루율이 무려 4할2푼3리, 107득점으로 NL 2위였다. FA 대박의 원동력이 된 추신수의 출루와 득점 능력이었다. 아오키는 출루율 3할5푼6리 80득점이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아오키는 추신수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통산 출루율에서도 3할5푼5리로 3할8푼9리의 추신수에 적잖게 뒤진다. 타율에서 2할8푼7리로 2할8푼8리의 추신수와 비슷하지만 볼넷 등 출루 능력이 떨어진다.
▲아오키, 안타 능력 만만치 않아
다만 일본에서 안타 제조기로 불렸을 만큼 탁월한 타격 솜씨가 만만치 않다.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도 하지 못한 일본 야구 사상 2년 연속 200안타를 때려낼 만큼 타격 재능은 타고 났다.
아오키 역시 일본 언론들을 통해 "팀이 원하는 게 출루율인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200안타를 목표로 하면 타율도 3할이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3시즌째를 맞는 만큼 빅리그에 적응할 대로 적응한 아오키가 올해 트레이드 효과까지 낸다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아오키에게 FA로이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오키도 FA대박에 대해 "굉장한 꿈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며 눈을 빛내고 있다.
일단 추신수는 올 시즌에 대해 "지난해 하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만큼만 해준다면 정상급 1번 타자의 역할을 충분하다. 아오키를 올해도 압도할 확률이 높다.
올 시즌 텍사스는 8, 9월에 걸쳐 캔자스시티와 맞붙는다. 과연 한일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1번 타자들이 펼칠 선의의 경쟁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