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예전엔 2000~3000만원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면서 소액이긴 하지만 재미를 보긴 했는데, 전세값 마련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빼쓰다 보니까 주식에 대한 관심은 저절로 접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김 모(43)씨는 3년전 은행 대출을 껴서 2억여원에 집을 한 채 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에 집 값이 30%정도 떨어졌다. 매 달 대출 이자 내기도 버겁고 집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겠다는 생각에 집을 내놨지만 찾는 사람도 없다. 집 한 채가 그야말로 골칫거리가 됐다.
김 씨는 "예전에 집을 사기 전에는 1억원 정도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굴렸는데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다보니까 돈도 없을뿐 아니라 집 값이 떨어지니까 예전같지 않게 불안해지면서 주식 투자를 크게 줄였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침체에 가계 여유자금 줄이고, 주식투자도 줄이는 '연쇄효과'
지난해 우리 주식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06년이후 7년만에 3조원대로 떨어지며 부진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개인의 거래 비중도 급격히 줄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60%정도를 차지하는 등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으나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46%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개인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는 원인 중 하나로 고공행진 중인 전세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자산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이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좌지우지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줄어들고, 운용자금이 줄어든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식시장의 침체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부의 효과라는게 생긴다. 자산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나 투자를 늘리게 된다. 반면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의 자금 운영이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값 고공행진 역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NH농협증권 강승민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으로 일반 개인들 여유자금 증시에 많이 사용됐는데 전세자금 많이 오르면서 주식에 투자한 돈을 전세자금용으로 사용하면서 개인의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