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등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집단 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한 중대 과업으로 삼고 있는 현안이다.
일본은 이제까지 헌법 9조에 담긴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허용)' 원칙에 따라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해왔지만 아베 총리는 이 해석을 변경,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다.
아베 정권은 총리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가 올봄 이후 관련 보고서를 내면 그에 따라 헌법 해석을 변경한 뒤 자위대법, 주변사태법 등 관련 법 정비에 나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헌법해석을 관장하는 정부 조직인 내각법제국 장관을 집단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외교관 출신인 고마쓰 이치로 전 주프랑스 대사로 바꿔 놓은 상태다.
한국, 중국이 경계하고 있지만 집단 자위권에 관한 한 미국의 지지를 얻은 상태라 대외적으로도 큰 난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평화정당을 지향하는 공명당이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2일 가두연설에서 집단 자위권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며 군사적 영향력과 방위력을 키우려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견제구를 던졌다.
또 "경제 재생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이념성 강한' 안보 현안보다는 경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자민당 출신들이 만든 다함께당과 '원조 우익'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공동대표로 있는 일본유신회를 끌어들임으로써 공명당을 압박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을 택한 듯한 모습이다.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24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공동대표를 포함한 일본유신회 지도부 인사들과 3시간여 회동한 것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 자민당과 뜻을 같이하는 유신회를 끌어들임으로써 공명당의 견제를 피하려는 포석이었다고 해석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지난달 소속의원 14명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와 '이심전심'의 공조 태세를 구축해 두고 있다.
야당과의 공조를 통한 아베 총리의 압박에 공명당도 긴장하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야마구치 대표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반대를 묵살한 채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중앙당 간부를 긴급 소집, "총리관저와 자민당에 어떻게 대치해 나갈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비장한 심경을 드러냈다.
결국 '정권내 야당', '아베 정권의 브레이크' 등을 자임해온 연립여당 공명당이 아베 총리의 폭주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가 올 한해 일본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 사항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