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무원들, '애국가 4절 합창'…국가관이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공무원들 군기 잡혔다

(사진=자료사진)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끝난다.

보통의 국가 기념식이나 행사에서는 애국가 1절로 국민의례를 마치는게 상례이다.

그러나 2014년 1월 2일 진행된 정부 부처의 시무식 행사는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애국가 4절까지 모두 불러야 했다.

정부 부처 일부이기는 하지만 올 한해 시작하는 공직자들의 결기가 애국가 길이 만큼이나 예년과 사뭇 달랐다.

국토교통부는 2일 오후 2시 세종 정부청사에서 시무식을 갖고 한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서승환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공무원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얼핏 보기에는 평소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시무식에 참석한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달랐다.

국토부의 최고위직 간부 공무원은 "국민의례는 애국가를 1절까지 부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올해는 4절까지 부르면서 혹시나 틀리지는 않을까 무척 긴장했다"며 "다행히 4절까지 모두 기억났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 간부 공무원의 말은 요즘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마음을 전한 것이어서 흥미를 끌고 있다.

최근 세종 청사 공무원들의 최대 화두는 '2월까지 과연 누가 살아남는냐'는 말로 압축된다.

총리실 1급 간부 공무원 10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2급이상 일반직 고위공무원들은 물론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특히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A장관이 개각 대상에 올랐다거나, B차관이 경질될 것이라는 뜬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C장관의 경우 최근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회 답변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난 정부 정책에 반하는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데다, D장관은 자신의 정책에 대해 산하 기관장이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진퇴양난에 놓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 것에 대해 예년과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철도파업을 겪으면서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다"며 "정부 부처가 무엇을 해야할지, 그리고 공직자로써 사명감을 다시한번 절실하게 되돌아봤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이는 임기 2년차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기강을 바로 세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장·차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너무 경직된 분위기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대통령은 개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서둘러 분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야 하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애간장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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