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창사 40주년 기념식.
임직원 등 5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념식에서 이재성 당시 현대중공업 사장은 중기 목표 비전을 제시했다.
2015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10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종합중공업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성장 비전이었다.
그러나 1년 9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런 목표의 실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2011년 61조원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그룹의 전체 매출은 2012년 63조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이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핵심 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세계적인 조선업 불경기 속에 상대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수주 297억 달러에 매출 26조 8570억원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연말에 드러난 실적은 273억달러 수주에 24조 3126억원 매출에 그쳤다.
물론 현대중공업의 3개 핵심 사업인 조선 해양 플랜트만 따질 경우 257억달러 수주로 목표치인 238억달러를 39%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엔진기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 에너지 등 전체 7개 사업 부서를 다 합치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셈이다.
조선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데다 저가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량도 불경기를 감안해 지난해 목표치보다 1억 달러 감소한 296억 달러로 책정했다. 매출 목표액도 지난해 목표치에 비해 3천억원가량 줄은 26조 57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제시한 수주 목표치가 지난해 실적 273억 달러와 비교할 경우 8% 늘려 잡고, 매출 목표도 지난해 매출 실적 24조3천억여원에 비해 9%가량 늘려 책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초 제시한 목표치보다는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이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또 목표치도 낮게 잡음에 따라 내년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전체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중기 목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와 내년 2년 안에 매출을 지금보다 2배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재성 회장은 1일 밝힌 신년사를 통해서도 “그야말로 생존의 위기감을 한 순간도 떨쳐버릴 수 없는 험한 길을 가고 있는 셈”이라며 “위기극복의 의지 없이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비장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적인 조선 경기 불황으로 2015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기획실을 중심으로 새로운 중장기 목표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2년 조선을 시작으로 해양, 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7개 사업본부를 갖고 있으며, 계열사로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하이투자증권, 현대자원개발 등이 있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우뚝 서게 되는 날이 언제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