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금은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하고,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국가안보를 공고히 지켜나가야 하는 중대한 시기이기 때문에 내각은 추호도 흔들림없이 힘을 모야 국정을 수행해야 할 때"라면서 개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개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정현 홍보수석이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충분히 한 얘기다.
그럼에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이 했던 얘기를 거의 동일하게 반복한 것은 홍보수석 차원의 개각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개각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언론보도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각설 또는 개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보도됨으로써 새해를 맞아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장관 이하 부처 공직자들이 개각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평가 받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경제살리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기보다는 인사설을 부인하지 않는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김기춘 실장의 입장발표는 총리실 1급 간부 일괄사표에 따른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막기위한 조치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총리실 1급 간부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각 부처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장관의 교체 여부가 아니라 더 빨리 다가 올 수 있는 1,2급 간부들의 인사와 그에 따라 자신에게 미칠 파장 등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정복 안행부 장관의 발언이 공직사회의 동요를 부채질했다. 유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직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면서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말에 총리실에서 이뤄졌던 1급 간부 일괄사표가 전부처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느닷없이 불어닥친 인사쇄신 분위기가 공무원들을 다시 움츠리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