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향' 교학사 채택 고교…'채택 철회' 속출

전국 9개 고교 중 파주 운정고 등 2곳 채택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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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고교들이 ‘우편향’ 논란의 교학사 한국사를 교과서로 채택하면서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몇몇 학교들에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애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로 조사됐던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여주 제일고 ▲성남 영덕여고 ▲파주 운정고 ▲울산 현대고 ▲대구 포산고 ▲경북 성주고 ▲전주 상산고 등 9곳 가운데 파주 운정고와 경북 성주고가 이날 오후 채택을 취소했다.

파주 운정고는 이날 오전 교과협의회를 다시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고,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경북 성주고는 교과협의회에서 채택한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재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반면 나머지 6곳의 고교들에서는 학교측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학생‧학부모들간의 갈등이 커져만 가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동우여고에서는 이날 오전 학생들이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 측에 의해 10분만에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교내 6곳에 붙은 대자보에는 “경기도내에서 조사된 436개 학교에서 단 5개 학교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는데, 그 중 두 학교가 동원고·동우여고라는 점이 개탄스럽다”며 “역사를 가장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내용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한 점, 249쪽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저술한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들어 학교 측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대해 동우여고 관계자는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교과서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 것일 뿐”이라며 “현재까지는 재논의하거나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 영덕여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글들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분당 학부모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며 “여학교인데 장래 어머니가 될 인재들에게 왜곡된 교육을 하다니, 학생들이 모를 것 같은가”라며 학교측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그렇게 믿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영덕여고측은 이날 오후 교과협의회를 열고 한국사 교과서 채택 관련 협의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영덕여고 관계자는 “반발이 너무 커 학교측에서도 당혹스럽다”며 “한국사 교과서 채택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지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현대고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2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모 씨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 씨는 “일제강점기와 친일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미화하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찬양하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온갖 오류투성이의 교과서로 무엇을 가르치려하는가”라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한다”고 썼다.

6회 졸업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모 씨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가 역사 교과서를 교학사 제품으로 선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 고교가 전국에 1%밖에 안 되는데 거기에 이름을 올리느냐,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교과서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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