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망원경, '슈퍼지구' 날씨까지 밝힌다

이른바 '슈퍼지구'로 불리는 외부 행성의 대기권 상층부가 구름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NBC 뉴스가 1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 자료를 분석해 온 시카고대 연구진은 크기가 지구-해왕성 중간 정도인 행성 GJ 1214b의 구름 낀 날씨를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1일(현지시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GJ 1214b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평범한 유형의 행성 중 하나이지만 우리 태양계 안에는 이런 행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행성의 성질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GJ 1214b의 대기는 순전히 수증기나 다른 종류의 무거운 분자로 이루어져 있거나 밑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드는 고공의 구름으로 덮여 있을 것으로 해석됐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후자임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행성의 기압과 대기 온도가 지구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곳의 구름도 지구의 구름과는 같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황화아연이나 염화칼륨, 또는 토성 주위의 흐릿한 연무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탄화수소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허블 망원경이 11개월에 걸쳐 96시간 동안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GJ 1214b의 대기를 덮고 있는 것이 구름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 한 개의 행성에 이처럼 긴 허블망원경 관측이 이루어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원래 이런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허블 망원경이 이처럼 정교한 관찰까지 해 먼 별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의 성질까지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GJ 1214b는 지구에서 뱀주인자리 방향으로 약 40광년 거리에 있는데 이처럼 거리가 가깝고 중심별의 크기도 작아 슈퍼지구로서는 가장 관찰이 용이한 행성이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38시간에 한 번씩 중심별의 앞을 지나갈 때 대기를 뚫고 비치는 별빛을 통해 행성의 성질을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근적외선 스펙트럼으로 이 행성을 조사해 대기권 상층부의 구름을 발견했으며 이 구름에 가려 대기권 하층부와 행성 표면의 조성이나 운동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NASA의 또 다른 연구팀도 지구에서 약 36광년 거리에 있는 사자자리의 GJ 436b 연구를 통해 '따뜻한 해왕성'으로 불리는 이 행성의 대기권 상층부가 높은 구름으로 덮여 있어 밑부분에 관한 자료를 감추고 있거나 구름은 없어도 수소가 부족해 해왕성과는 성질이 매우 다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GJ 436b에 수소 대신 수증기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같이 대기를 짓누르는 무거운 분자들이 다량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이런 무거운 분자들 때문에 행성의 화학적 신호를 포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010년대 후반에 지름 6.5m의 거대한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되면 이처럼 가까운 행성 주위의 슈퍼지구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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