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비자면제협정 발효…한국인 방러 순조로워

"60일간 무비자 방문 가능…상호 방문객 크게 늘 듯"

한국과 러시아 간 비자면제협정이 새해부터 발효한 가운데 러시아를 찾은 한국 방문객들이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비자없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한국인 무비자 1호 방문객은 미국에서 러시아로 날아온 나균용 목사. 기독교 세미나 참석 목적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시애틀을 출발, 뉴욕을 거쳐 1일 오전 10시 50분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한 나 목사는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할 때 델타 항공사 직원이 "당신이 최초로 모스크바를 무비자 입국하는 한국인"이라며 큰 소리로 축하했다고 전했다.

또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받을 때도 국경수비대 직원이 "한국인으로 처음 무비자 입국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한한다"며 인사말을 건넸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5시 45분엔 첫 무비자 방문객들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전체 탑승객 92명 가운데 50여 명이 비자없이 입국하는 한국인 방문객들이었다. 이들은 비자가 폐지되기 전 30분 이상 걸리던 입국 수속을 약 15분 만에 마치고 신속히 입국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LG전자 하청업체 W사 박재현 과장은 "3년 전에 출장을 올 땐 상용비자를 받고 오느라 여러 가지로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비자없이 들어오니 너무 편하고 빨라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 과장은 "비자가 없어져 방문이 편해지면서 앞으로 양국 간 비즈니스 교류도 훨씬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무비자 방문을 반기는 건 러시아 여행객도 마찬가지. 한국을 거쳐 캄보디아로 가기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러 나온 예카테리나 돌리니나(크리스티 경매소 러시아 지사 직원)씨는 "예전에는 인천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가려면 온종일 공항 안에서 지내야 했는데 이제 밖으로 나가 관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주 기쁘다"며 "이번에도 하루 동안 서울 구경을 한 뒤 캄보디아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러 간 무비자 입국은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시 양국 간에 체결된 비자(사증)면제협정에 따른 것이다. 협정에 따르면 일반여권이나 여행증명서를 소지한 양국 국민은 근로활동이나 장기유학, 상주 목적이 아닌 관광 혹은 방문 등의 목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6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60일 동안 체류 후 잠깐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면 30일을 더 머무를 수 있다. 180일 기간 내 최대 90일을 비자없이 체류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시에도 7일(근무일 기준) 이상 러시아에 체류할 경우에는 입국일로부터 7일 이내에 거주등록신고를 해야 한다. 러시아는 자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일로부터 일주일 안에 체류 지역 이민국에 거주등록 신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근로활동과 장기유학, 상주 등의 목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이 중 근로 활동은 취업, 영리 활동을 뜻하며 취재와 공연도 포함한다.

이날 처음으로 무비자 방문 한국인 승객들을 받은 김성무 대한항공 모스크바 공항 지점장은 "과거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러시아와의 비자면제협정 발효로 상대국을 찾는 승객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도 방문 증가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의 입국 거부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에 나왔던 주러 한국대사관 정병열 법무관은 "인터뷰 등 복잡한 절차없이 한국인 방문객들에 대한 입국 심사가 신속히 진행됐다"며 "비자면제협정 발효 첫날인데도 입국 수속이 차질없이 진행돼 다행"이라고 안도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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