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헬멧사용 급증에도 머리 부상은 더 늘어

NYT "`슈마허 부상'에 스키장 헬멧 안전한가 관심" 지적

스키나 스노보드용 헬멧을 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오히려 심각한 머리 부상이 증가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키를 타다 머리를 다쳐 중태에 빠진 '포뮬러 원(F1) 황제' 미하엘 슈마허(44·독일) 사고를 계기로 헬멧 등 스키 안전장비와 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스키장협회 등의 추산에 따르면 최근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의 70% 이상은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쓰고 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 뇌 등 머리를 다쳐 숨진 사람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스키장에서의 헬멧 사용이 늘어난 것은 스키장, 의학계, 언론 등의 지속적인 권장 노력 덕분이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17세 이하의 청소년과 어린이는 스키장에서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스키 헬멧 사용 증가로 두피 파열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머리 부상은 30∼5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슈마허의 의료진도 만약 슈마허가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헬멧 착용 증가에도 뇌진탕, 두개골 파열, 외상성 뇌손상 등 심각한 머리 관련 부상은 물론 이들로 인한 사망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서미시간대학 의과전문대학원의 조사를 보면 미국내에서 스키어와 스노보더의 머리 관련 부상은 2004년 9천308건에서 2010년 1만4천947건으로 60%가량 늘었다. 이 기간 헬멧사용자 수도 같은 비율만큼 늘었다.

또 워싱턴대학의 최근 조사를 보면 청소년들의 스키 등 동계 스포츠 관련 머리 부상 사고는 1996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동안 무려 250%나 증가했다.

이처럼 헬멧 사용은 늘어나는데 되레 머리 관련 부상이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우선 `헬멧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의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머리 관련 부상을 쉽게 잡아낼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스키어나 스노보더들의 행동이 갈수록 `위험천만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데다 이에 편승해 스키장 쪽에서도 위험도가 높고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해 속속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헬멧 제조업체들은 위험을 즐기는 추세에 맞춰 헬멧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헬멧 착용이 오히려 부주의, 안이함 등 잘못된 안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헬멧을 썼더라도 위험한 행동을 삼가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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