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집권당-사법부 충돌' 중재 나서

정부의 사법 독립성 침해 논란에 법치주의 강조

터키 사상 최대 '비리 스캔들'이 집권당의 사법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정부와 사법부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압둘라 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신년사에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태도를 피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며 법치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귤 대통령은 또 "터키는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권력교체는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법과 관련한 문제는 사법부만 해결할 수 있다"며 헌법에 명시한 권력분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17일 장관 3명의 아들 등 주요 인사들을 뇌물 등의 혐의로 대거 체포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 수사를 "국가 내부에 있는 갱단"의 "더러운 작전"이라며 검·경을 비난하고 경찰 간부를 대거 인사조치했다.

또 총리의 아들도 용의자로 거론된 이른바 '2차 비리사건'의 수사를 맡은 검사가 외압설을 폭로하고 사법부 최고 기관이 정부의 사법 독립성 침해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집권당과 사법부의 갈등은 정면 충돌로 치달았다.

귤 대통령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비리와 부패가 있다면 이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발언만 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나 이번 신년사를 계기로 사태 수습에 적극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신년사에서 정부와 사법부의 충돌이 터키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치적 안정을 흔들고 경제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태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며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탔고 아름답고 밝은 미래를 향한 항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총리가 모든 행정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국회에 책임을 지고 있어 기본적으로 내각책임제 형태이나 내각을 견제할 수 있는 실권적 대통령제도 병행하고 있다.

귤 대통령은 2002년 총선에서 승리한 정의개발당 정부의 초대 총리를 맡았으며 내년 8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정의개발당 후보직을 놓고 에르도안 총리와 경쟁구도에 있다.

최근 사법부 최고 기관인 판사·검사최고위원회(HSYK)는 정부가 사법경찰관 규칙을 개정해 검사의 지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이를 내부무 장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에르도안 총리는 판검사최고위가 범죄를 저질렀다며 자신에 권한만 있다면 기소하겠다고 반발했고 외압설을 폭로한 검사에 대해서는 수사 기밀을 유출했다고 비난했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도 정부가 사법부의 불법행위자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베키르 보즈다 법무부 장관은 판검사최고위에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은 성명을 발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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