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다. '갑'은 푸른색을 가리키고, 12간지의 '오'는 말(馬)을 뜻해서 청마(靑馬)의 해라고 부른다. 갑(甲)은 오행 중에서 목에 속하는 하늘의 양기운이라 하고, 오(午)는 오행 중 화에 속하는 땅의 양기운이라니 썩은 나무는 태워 없애고 새 희망을 일구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가 꼽혔다. 전국 대학교수 617명이 설문조사에 답한 결과이다. 전미개오는 '미혹에서 벗어나 바로 보는 깨달음'을 가리킨다. 거짓과 기만에서 벗어나 자신과 세상을 밝고 바르게 보자는 것이다.
많은 교수들이 전미개오에 지지를 보낸 것은 지난 한 해 우리 사회가 겪은 부정한 선거개입, 진상의 은폐, 공권력의 남용에 대한 지탄과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책과 실수야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우리 사회를 순리대로 풀어가야 할 정치가 거짓과 당략으로 한 해를 소진한데 대한 안타까움의 뜻이 담겨 있다 할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민주주의의 주체인 국민에게 있음도 절감해야 한다. 생각과 판단 없이 니 편 내 편만 가른 것은 아닌지, 민주공화국의 시민됨과 책무가 어떤 것인지 먼저 성찰하며 한 해를 시작했으면 한다. 모두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먼저 바로 보고 세상으로 시선을 향하는 것이다.
전미개오와 함께 2014년 사자성어로 많은 지지를 받은 말은 '격탁양청(激濁揚淸)'이다. 공동선과 사회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사회로 나아가는 두 번째 걸음이라 하겠다. 唐書(당서) '王珪傳(왕규전)'에 나오는 구절로 "흐린 물을 흘려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나라에 법도가 있고 제도가 있는데 합의된 길을 무시하고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혀 물을 고이게 하면 나라가 썩는다. 사사롭고 거짓된 관행들을 걷어내고 맑은 물을 끌어들여 흐르게 해야 한다. 사람을 잘 쓰고, 쓰임을 받는 사람은 그 자리를 깨끗케 유지해 나가는 청렴함과 소신을 보여야 한다. 지난 한 해 정부와 정치와 재벌, 이 나라 지도층이 보여 준 낡고 왜곡된 행태들에 대한 실망이 '격탁양청'을 불러 왔다. 국제투명성 순위가 30위인 아프리카 보츠와나보다 16계단이나 떨어진 46위를 기록했다면 더 설명이 필요없다 하겠다.
3위로 선정된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더 나은 우리를 위한 세 번째 걸음이다. 국민과 더불어 가는 정치를 기대하면서 뽑은 사자성어이다. 불통과 측근정치를 거두어내고 모두가 화합하며 어우러지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마음들을 읽을 수 있다.
덧붙이자면 세상이 어지러울 때일수록 그 구심점에 굳건히 서야할 사회적 존재가 종교이다. '전미개오', '격탁양청', '여민동락'은 종교가 지키고 종교에서 시작돼 사회로 전파될 가치들이다.
종교마저 흐리고 탐욕스럽다면 세상 어느 집단에 정결함과 자기희생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신자유주의의 격한 경쟁 속에 매몰되어버린 형제애를 살려 내고 정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어디에도 평화와 행복으로 갈 길은 없다. 참으로 아프게 기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