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MSNBC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멜리사 해리스-페리(40·여)가 롬니 전 주지사 부부와 손자들을 찍은 사진을 소개한 뒤 패널들이 내놓은 우스갯소리였다.
배우인 피아 글렌은 무려 20명이 넘는 롬니의 손자들 가운데 최근 입양된 흑인 아기 키란 롬니를 언급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이들 중 하나는 다른 것들과 달라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또 코미디언인 딘 오베이달라는 "이 사진은 공화당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농담했다.
진행자인 해리스-페리는 아기를 귀엽다고 칭찬한 뒤 흑인 래퍼인 카니예 웨스트와 모델 킴 카다시안의 혼혈 딸인 노스 웨스트와 결혼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롬니와 웨스트가 사돈이 된다는 게 상상이 되느냐"고 반문해 폭소를 자아냈다.
가뜩이나 진보 성향의 MSNBC에 불만이 많았던 보수 진영은 방송이 나간 직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 전 주지사의 캠프에서 선임고문으로 활동했던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MSNBC는 우쭐해 하는 이들이 혐오스러운 생각을 나누는 클럽이 됐다"고 힐난했다.
또 롬니 전 주지사의 친구인 스콧 브라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매우 부적절한 사건"이라며 방송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성향 유권자단체 '티파티'의 스타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롬니 가족의 입양은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이를 놀린 MSNBC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태가 확산하자 진행자인 해리스-페리는 31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죄송하다. 기탄없이 무조건 롬니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롬니 전 주지사와 같은 모르몬교 가족에서 태어났고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롬니 가족의 사진에 친근감을 느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MSNBC의 경쟁채널인 CNN방송은 이번 '사건'을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올려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