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양국은 줄곧 중요한 문제에서 밀접한 소통과 협의를 유지해왔으며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문제 등에 있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한국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함께 역사정의를 수호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켜나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일본을 겨냥해 이번처럼 한중 간 소통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일단은 연일 계속되는 아베 정권에 대한 고강도 압박 행보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지난 26일 기테라 마사토(木寺昌人)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렬히 항의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강도높게 일본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한국에 대해 "역사정의를 함께 수호하자"고 제의한 대목은 결국 일본의 각종 역사도발 행위에 대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공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국이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한다면 어떤 공조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동북아 외교안보현실을 고려할 때 외교·국방분야에서의 공조보다는 위안부나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 우익 역사교과서 등 일본의 각종 역사 왜곡 동향에 대한 적극적인 상호 '지원사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공동역사 교과서 출판을 제의했을 때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일본은 아시아 주변국의 요구와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역사적 범행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를 취하기 바란다"며 한국을 거들었다.
안중근 의사의 기념 표지석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역에 설치하는 양국의 사업계획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저명한 항일의사라며 외국인 기념시설 규정에 따라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관련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아직 구상·설계작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외교전문가는 중국의 '한중공조' 부각이 일본정부의 잇따른 엇박자로 좀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동맹'을 겨냥한 것일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아베 총리의 퇴행적인 역사인식 발언과 신사 참배가 한국을 자극하면서 '3각 동맹' 구축도 영향을 받는 와중에 중국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3각 동맹'를 토대로 한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역사문제 갈등이 첨예화하면 (한국의) 안보정책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일본의 반발에는 초강경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되풀이하며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