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게 지난 1년은 남은 4년간의 집권 기반을 다지는 해였다. 새정부 출범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 논란, 인사실패,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에 이어 연말 22일에 걸친 철도파업까지 하루 하루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법과 원칙', '신뢰',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잣대로 국내는 물론 북한, 국제문제에 임하면서 대북, 대외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국내 문제에서는 '불통' 논란 속에 '박근혜식 국가경영'은 아직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박 대통령에게 2014년은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난 1년간 다진 기초로 인해 자신의 정책과 비젼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야가 국정원 개혁법안을 합의처리함으로써 2012년 대선 이후 박 대통령을 괴롭혔던 국가기관 선거개입 문제를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당사자들이 수사 또는 재판 중에 있지만, 누차 밝혔듯이 결과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문제다.
해를 넘기는 듯했던 철도파업이 새해를 이틀 앞두고 마무리된 것도 비록 그 해법이 청와대 마음에 들지 않는다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칫 해를 바꿔가면서까지 국민적 관심과 역량이 철도파업에 쏠리면서 새해 첫 출발이 어수선해질 뻔했다.
새해 예산안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짜여진 첫 예산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모토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예산은 이전 정부에서 짜여진 것이어서 엇박자가 나는 부분이 많았다.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2014년이 결코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새해에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런 만큼 성과가 나와야 한다. 경제가 좋아지고 서민생활이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여건은 좋지 않다. 세계적인 경기회복 움직임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이고, 취업난·전세난·가계부채 속에 서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활성화와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불쏘시개가 전년도 경제상황에 기반한 세수이지만 이 또한 녹녹치 않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 경제활성화가 돼야 한다. 경제활성화가 우선이 아니고 경제개혁이 우선인데 지난 1년처럼 했다가는 경제활성화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며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경장(更張-거문고의 낡은 줄을 풀어서 새줄로 바꿔 소리가 제대로 나게 함)이라는 단어를 꺼내 "120년 전의 갑오경장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정상화의 개념과 방법에 대한 이론이 많아 노동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철도파업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특히 공기업 정상화가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기보다는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질 경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부채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명확하게 한 뒤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개별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데만 관심을 갖는 형태의 공기업 개혁은 노사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간제일자리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이라는 바람직한 용어 뒤에는 노사 갈등의 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원격진료제 도입 등의 과정에서도 의료민영화 반대를 매개로 한 시민사회 진영,의료인들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안보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도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다시피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장성택 처형 이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여서 당장의 관계개선보다는 안정적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속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확고히 하면서 중국과 신뢰를 강화하는 지난해의 외교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안되고 있는 부분은 비록 귀책사유가 아베 총리에 있다해도 길게보면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