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와 현대의 감미로운 충돌 중국 '운남성'

낭만이 살아 숨 쉬는 여강의 고성

(사진제공=트래블포커스)
중국 운남성은 티벳, 사천성과 함께 남쪽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성도인 쿤밍을 비롯한 도시들이 평균 해발 1500m 이상에 자리하고 있다.

사계절 눈부신 만년설산 아래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야생화 그리고 나시족을 비롯한 26개 소수민족이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운남성은 빼어난 비경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800여 년 전 지어졌고 아직도 소수민족 중 하나인 나시족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여강의 고성은 떠날 때부터 상상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쿤밍국제공항에서 대략 20~30여분을 날아 여강공항에 도착했다. 옥룡설산의 맑은 기운 탓일까 공기가 맑다 못해 투명한 느낌이 든다. 여강의 한낮은 태양이 쏘아내는 빛이 사뭇 위력적이다. 고도가 2,800m로 백두산 정상 높이쯤 되다보니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고산병을 호소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사진제공=트래블포커스)
여강은 나시족 자치지구로 26개 소수민족 등 인구 42만 명이 사는 곳으로 도시 곳곳이 질서정연하고 정갈하다.

한낮의 고성은 생기로 넘쳐났다. 고성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무게만큼 무거운 분위기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800살을 훌쩍 넘긴 고성 곳곳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나시족들은 그들의 하루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성안을 누비며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읽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소수민족과 외국인이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는 곳, 이곳이 지금의 여강 고성이다.

고성은 총면적이 7425평방km로 광장을 중심으로 수수하고 고풍스러운 2층집이 쭉 늘어서있으며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옥색물이 수로를 따라 성 곳곳을 지나간다.

이 옥빛 수로위로 집과 골목길을 이어주는 앙증맞은 나무다리가 놓여져 있으며 그 위로 한껏 드리워진 버들나무가 한들한들 우아함을 더한다. 집집마다 수로를 끼고 있어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이 2층집의 1층은 기념품을 파는 상가나 카페로 이용되고 2층에는 나시족들의 살림집이 있다.

(사진제공=트래블포커스)
베트남풍 같기도 하고 프랑스풍 같기도 한 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카페들도 즐비하다. 카페마다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커피한잔과 함께 한낮의 따뜻함을 즐기고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덕분인지 이곳은 유난히 유럽에서 온 배낭족 들이 많다.

손솜씨 좋기로 소문난 나시족이지만 실속 따지는 장사에는 영 소질이 없는지 이 곳 대부분의 상가는 한족 소유로 알려져 있다. 고성의 바닥은 전부 일정한 크기의 돌이 깔려 있는데 모난 곳 없이 반질반질 한 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곳인가를 짐작케 한다.

골목골목마다 늘어선 기념품 가게는 낯선 이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붙잡는다. 특히 이곳에서는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목걸이와 액세서리류, 은제품, 가죽제품 등이 많다.

고르고 골라서 끈목걸이 하나에 16위엔을 주고 사 흐뭇했는데 골목길 하나를 돌아가니 똑같은 목걸이가 단돈 6위엔이라니.

여강에서는 벽이나 표지판에서 나시족들이 무려 1000년이나 지켜온 동파라고 하는 상형문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동파문자는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형문자로 나시족 중에서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다.

여강의 주요관광지 표지판은 위에는 긴 메시지 대신 의미가 담긴 예쁜동파문자, 아래에는 중국어로 표기가 돼있어 아래위를 비교해 보며 문자를 해독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제공=트래블포커스)
다소 쌀쌀한 기운마저 감도는 야밤, 낮에 본 고성이 너무 아쉬워 가이드를 동반하고 기어이 길을 나섰다.

한밤 중 고성은 낮과는 너무나 다른 얼굴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그러고 보니 낮에 못 본 옷가게 지오다노도 조명 빛을 발하며 손님을 끌고 있었다. 너무 상업화 됐다는 이들의 불만을 살 만도 할 일이다.

수로 옆에 들어선 이국적인 카페마다 앙증맞은 조명이 흐르고 각국의 젊은이들이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며 젊음을 발산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유, 생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밤이 깊었는데도 카페 안은 많은 이방인들로 북적거린다. 쉼 없이 흘러가는 물소리와 함께 그들이 읊조리는 노래 소리, 카페마다 틀어놓은 음악이 얽히고설켜 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어디서 왔는지 떠돌이 악사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에 800년 묵은 고성은 절정의 감미로움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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