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포항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1, 2위가 마지막 날 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는 것 자체가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최종전에서 거짓말처럼 1, 2위의 운명이 엇갈렸다. 최종전에 앞서 1위였던 울산 팬들에게는 '막장' 드라마로, 2위 포항에게는 기적의 역전 우승이 이뤄진 감격의 드라마였다.
전후반 90분까지 포항은 0-0으로 비겨 우승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에 터진 김원일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극적으로 승점 3을 추가한 포항은 최종 전적 21승11무6패, 승점 74로 울산(22승7무9패, 승점 73)을 불과 승점 1 차로 제치고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프로축구 30년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이었다.
이에 앞서 포항은 FA컵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K리그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정규리그와 FA컵 우승을 한꺼번에 차지하는 '더블'의 주인공이 됐다.
우려를 씻어낸 토종 스타들의 '스틸타카'
'온화한 카리스마'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이 만든 놀라운 작품이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포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지수와 이명주 등이 버티는 중원은 굳건했고 조직력은 탄탄했다. 포항은 시즌 초반부터 선두 행진을 달렸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부상자가 생기기 시작하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도 적잖았다. 실제로 포항은 시즌 중반 울산에게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FA컵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포항은 시즌 막판 연승 행진을 달리며 울산을 위협했다. 정교한 패스 워크를 자랑하는 스페인 축구의 별명 '티키타카'를 빗댄 '스틸타카'의 위력은 대단했다.
포항은 시즌 막판 6연승을 질주했고 결국 울산을 극적으로 제치고 6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내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중동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K리그
특히 4강 2차전에서는 '원정팀의 무덤'으로 악명높은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에스테그랄에 당당하게 승리를 따냈다. ACL 최고의 골로 선정된 하대성의 환상적 칩슛으로 이란 10만 관중을 침묵에 빠뜨렸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중국의 엄청난 돈바람을 넘지 못했다.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와 엘케손, 무리키(이상 브라질) 등 무려 221억 원 몸값 3인방에 당했다. 1차전 2-2, 2차전 1-1 등 선전을 펼쳤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값진 준우승이었지만 아시아 최고를 위협받는 K리그의 현실도 부각됐다. K리그는 최근 5연 연속 ACL 결승 진출로 아시아 최고의 리그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다른 리그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까지 최근 4연 연속 ACL 결승에 오른 오일머니의 중동은 물론 특히 무지막지한 자금력으로 선수를 빨아들이는 중국이 K리그의 아성을 무너뜨릴 태세다.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데얀까지 중국 장쑤로 이적하면서 위기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 더블을 이룬 포항의 토종 신화와 FC 서울의 아쉽지만 값진 ACL 준우승. 내년 K리그는 또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아시아 정상을 탈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