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년째. 그동안 그가 몰래 전한 이웃사랑 성금은 3억 원을 훌쩍 넘겼다.
30일 오전 11시 15분께 전북 전주시 노송동사무소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는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얼굴없는 천사 비석 밑에 박스 두고 갑니다. 어려운 이웃들 위해 써 주세요'라고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어요."
전화를 받은 노송동사무소 직원 문서윤 씨의 말이다.
전화 내용대로 동사무소 옆 얼굴없는 천사 비석 뒤편에는 A용지 상자가 있었다.
상자 속에는 5만 원권 뭉치와 돼지저금통, 그리고 얼굴없는 천사가 전하는 메시지가 A4용지에 인쇄돼 있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0대 남성이라고만 알려진 전주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3일 58만 4000원을 보내는 첫 선행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4년째, 횟수로는 15차례에 걸쳐 조용한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보내온 성금은 모두 3억 4699만 7360원.
전주시는 이 성금을 3600여 세대에 현금 또는 연탄, 난방 주유권으로 지원했다.
전주시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09년 12월 노송동사무소 옆에 얼굴없는 천사 기념비를 설치했고, 이듬해 5월 전주시민의 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개인적 행동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선행에 영향 받은 이들의 사랑 나눔이 번져갔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은 개인 기부 비율이 67.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얼굴없는 천사 효과라고 할 만하다.
노송동에 사는 시민 김명순(56) 씨는 "얼굴없는 천사가 사는 노송동에 함께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얼굴없는 천사처럼 제가 할 수 있는 나눔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다하도록 찾아오지 않아 가슴 졸인 시민들의 걱정에 얼굴없는 천사는 응답했다. 이제는 시민들이 그의 선행에 응답할 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