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아베 참배'에 연이은 우려 제기

'도조 히데키 추념, 오사마 빈라덴 추모와 비교돼' 지적도

미국 언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연일 비판을 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30일 '아베(총리)의 방식이 동맹국과 경쟁국을 모두 당혹케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아베 총리는 베이징과 워싱턴을 모두 화나게 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참배는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그에게 아무런 이점도 제공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한국과 중국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미국도 공식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한 사실을 신문은 비중 있게 소개했다.

WSJ는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외교관계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가 국내적인 지지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지역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려 했던 미국 입장에서는 신사 참배가 아베가 주변국의 분노를 고려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소프트페달'을 밟을 것이란 희망을 끝내버렸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오키나와(沖繩)현의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지 매립을 승인하는 등 아베 측이 워싱턴으로부터의 부정적인 반응을 완화하려 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아베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으로 인해 기습공격을 당했다는 생각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 부소장은 "그가 (과거) 실용주의자였다는 증거는 그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아베가 과거의 아베가 아니란 생각을 전파하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미국이 한일 간 뿐만 아니라 중일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매우 불쾌해한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후퇴시켰고 이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도 28일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의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핼핀 연구원은 "250만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모든 미국인에게 두드러진 이름이 하나 있다"면서 "그는 바로 진주만 공습을 명령한 도조 히데키"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공격으로 2천400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는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 영토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조 히데키에 경의를 표한 것을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어떻게 미국인들이 이를 못 본 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 후 방미 시 미 의회 연설계획이 무산되는 등 대가를 치렀음을 상기시키면서 "아베의 신사 참배 결정도 미국에서의 그의 입지를 손상시키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이웃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27일 `일본 총리가 평화주의에서 분명히 멀어졌다'는 기사를 통해 "일본은 미국의 신뢰할만한 동맹국이 아니라 점차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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