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소하지 않으세요” (최설아)
29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진행된 2013 MBC방송연예대상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연예인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겠냐며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확인을 요청한 것. 하지만 무리도 아니다. 실제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 낯선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날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한 최설아는 “제가 생소하지 않나요, 2008년 데뷔 후 6년이 지났습니다”라며 “집안형편이 어려운데 한번도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 돈 많이 벌어 같이 살자”라고 수상소감을 전하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진심어린 최설아의 수상소감에 선배 개그우먼인 박미선, 김지선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고 시상자로 나온 정준영조차 “눈물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도대웅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유행어로 수상소감을 건넨 도대웅은 “우리 방송이 시간대가 늦어 (시청자들이 유행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가게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을 엄마, 아빠! 나 상받았다, 감사드린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MBC 공채 개그맨인 이들은 현재 ‘코미디에 빠지다’에 출연 중이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MBC 공채 개그맨들이 서는 유일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 ‘코미디에 빠지다’는 시청률 사각지대인 일요일 자정께 방송된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도 현저히 낮다. 방송에 출연하기 어려운 몇몇 MBC공채 개그맨들은 KBS 공채개그맨으로 재시험을 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MBC 개그맨들 중 그나마 인지도가 높았던 김경진이 tvN ‘코미디 빅리그’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연예대상은 ‘일밤’팀이 주도했다. ‘일밤’은 올해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로 선전하며 오랜 침체를 털고 지상파 3사 일요예능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아빠!어디가?’는 대상을 수상했으며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전 출연진이 1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다. 이들 두 프로그램이 받은 트로피만 무려 20개에 달했다. 예능인의 축제에 선 배우들 대다수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MC부문 인기상을 수상한 서경석은 “내가 MBC에서 MC를 한 게 없는데...‘진짜 사나이’를 진행했다는 얘기인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상을 주기 위해 억지로 부문에 끼워 맞춘 셈이다.
인고의 시간 끝에 부활한 ‘일밤’ 팀에 대한 예우는 당연하고 마땅했다. 하지만 이제는 MBC공채 코미디언들이 상을 받는 모습도 보고 싶다. 대선배 박미선의 말처럼 MBC코미디언들은 매년,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다. KBS ‘개그콘서트’에 도전장을 내밀며 코미디부흥을 외쳤던 MBC. MBC 공채 개그맨들은 언제쯤 방송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이하 수상자 명단
▲대상 일밤-아빠! 어디가?팀
▲남녀최우수상 박미선, 김수로, 정형돈
▲남녀우수상
▷코미디 부문 홍가람, 최설아
▷쇼버라이어티 부문 소이현 이소연 성동일 김광규
▲남녀신인상
▷코미디 부문 맹승지, 박현정,
▷쇼버라이어티 부문 김소현, 정유미, 박형식 샘해밍턴
▲인기상
▷쇼버라이어티 부문 노홍철, 장혁, 데프콘
▷MC부문 서경석, 김구라
▷가수 부문2PM, 샤이니
▲공로상 이미자
▲작가상 신명진 작가(진짜 사나이)
▲올해의 스타상 송종국, 이종혁, 윤민수, 류수영, 손진영, 윤한, 정준영, 태민
▲특별상 김민국 윤후 이준수 성준 송지아
▲베스트커플상 정형돈-지드래곤
▲별별어워드▷먹방상 윤후▷구멍상 샘해밍턴▷예능늦둥이 김용건
▲우정상 김용건 조형기
▲PD상 김성주, 서경석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프로그램상 무한도전
▲라디오 부문
▷공로상 타박타박 세계사 남경태 작가
▷올해의 작가상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 이승희 작가
▷특별상 57분 교통정보 신지혜 리포터
▷특별상 라디오드라마 난중일기 박일 성우
▲시사제작부문
▷올해의 작가상-다큐 MBC스페셜 고희갑 작가 , 생방송 오늘 아침 김윤미 작가
▷특별상 생방송 오늘아침 박혜경 리포터, 김승주 리포터, 베란다쇼 컬투
▷신인상 이루마
▷우수상 전현무, 박준형, 유채영
▷최우수상 김신영, 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