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AP 통신이 접촉한 외교 소식통 2명에 따르면 이란은 개발 단계라는 발표와 달리 이미 새 원심분리기를 자국 핵시설 중 하나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소식통들은 새 원심분리기 몇 대가 도입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최신 원심분리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6개월 동안 농축 장비 숫자를 동결한다는 합의안을 뒤집었다는 비난을 촉발했다.
우라늄은 저농축 상태로는 핵발전 등 민간 용도로 쓰이지만 90% 이상 고농도로 가공되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이란은 타결안이 핵개발 권한을 인정한 만큼 원심분리기 개발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은 이를 합의안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내년 1월로 예정된 타결안 이행 개시를 지연하고 미국과 이란 등지에서 이는 '협상 무용론'에 무게를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애초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곳 및 독일)과의 지난달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설비의 증설이나 새 모델 도입을 중단키로 했으나 원심분리기 연구개발권은 허용받아 규정 해석에 혼란이 잦았다.
이 문제는 이란과 P5+1이 핵협상의 세부 이행안을 정하는 전문가 회의에서도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의 마리 하프 대변인은 원심분리기 논란과 관련해 "애초 협상 타결안은 이란이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정해놨다"며 "타결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신중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의 이란 대표단에 수차례 논평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 전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현지 TV방송에서 미국을 비롯한 P5+1과 국가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라야티 전 장관은 "해당 6개국과 국가별 협상을 못하면 옳은 길을 가는 게 아니다"며 "이 국가들은 다양한 이슈에서 이견 분열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과 P5+1은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협상의 세부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를 재개한다.
중도 성향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핵개발을 동결키로 하면서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성과를 냈으나 국내 강경파에서 '핵 주권을 포기했다'는 원성을 샀다.
이 때문에 이란의 최근 원심분리기 개발은 핵개발 권한이 온전하다는 점을 과시해 강경 여론을 달래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1980년대부터 몰래 핵무기를 만든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 사회와 불화를 겪어 현재 북한과 함께 대표적 핵 문제 국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