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방사선 독살설 국제논쟁으로 비화

佛·러 조사팀 "자연사" 주장에 스위스 팀 "정치적 결론" 반박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 원인 규명 작업이 국제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전문가들이 아라파트의 방사성 물질 독살 의혹을 지지하고 나선 데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 연구팀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스위스 연구팀이 다시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 방사능물리학연구소 소장 프랑수아 보슈는 "아라파트가 (방사성 물질에 독살된 것이 아니라) 자연사한 것이란 러시아 연방 의생물학청의 발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내려진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보슈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라파트 사인에 대한 러시아 연구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러시아 전문가들은 어떤 증거 자료나 과학적 성격의 논증도 없는 발표를 내놓았다"며 "이는 공허하고 정치적 동기로 왜곡된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팀이 아라파트 시신 잔해에 대한 감정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 의생물학청 청장 블라디미르 우이바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가 방사성 물질의 영향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라파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방사선 중독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이바 청장은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추가 조사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감정은 이것으로 끝났다"며 "스위스도 (방사선 중독 의혹에 관한) 자신들의 발표를 취소했으며 프랑스도 우리 결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위스 측이 이같은 러시아의 발표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라파트 독살설은 당초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지난해 7월 고인의 옷에서 폴로늄-210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이 옷은 아라파트가 사망할 당시 입원한 프랑스 파리의 군(軍)병원이 부인 수하 여사에게 건네 준 것이다.

수하 여사는 즉각 남편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요청했으며, 지난해 11월 프랑스와 스위스, 러시아, 팔레스타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아라파트 시신의 뼈와 옷에서 표본을 채취해 조사를 벌여왔다.

이후 지난달 초 스위스 연구소는 아라파트의 유골과 옷 등에서 정상치보다 18배나 높은 폴로늄-210과 납 성분 등 방사성 물질 독살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혀 독살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프랑스 연구소는 이달 초 아라파트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감염에 뒤이은 노환으로 숨졌다며 자연사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에 뒤이어 이날 러시아도 자연사 결론을 확인했으나 스위스가 이를 반박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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