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소신, 계획 도발' 정황 속속…군사외교 한일교류 전면보류

한일 차관급 회의도 '참배 시점'살피던 日이 소극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소신에 따른 계획적인 도발'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베 총리에게 참배는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였던 것이 확인되는 만큼, 역사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해오던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27일 아베 총리의 전날 오전 신사참배가 일찌감치 계획된 것이라고 일제히 전했다. 앞서도 아베 총리는 지난 1기 내각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못한 것이 '극렬한 통한'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10월 17~20일) 전후에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연내에 반드시 한다"고 답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미 10월에 참배를 하겠다고 나선 아베 총리를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가까스로 말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적절한 시점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것은 연말 개시를 목표로 일정이 조율 중이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지지부진 추진됐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해외 순방 때마다 "우리는 한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외쳤지만, 정작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를 하자는 우리 측 요구에는 일정을 핑계로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아베 측근들과 접촉이 잦은 한국 주재의 한 일본 언론인은 "신사 참배를 결정한 마당에 차관급 대화를 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 전이든 후든 언제 신사참배를 하더라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일 관계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던 정부 내 목소리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정지작업으로써 염두에 뒀던 내년 다자회담 일정까지 당장은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 일정 뿐 아니라 일본과의 군사 교류도 당분간 보류된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일본의 행태를 통해서 어떠한 군사교류가 가능할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 채널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만, 정치 상황이 나쁘면 민간 행사도 취소되는 등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만큼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