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방통위의 이번 제재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초 방통위는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불법 보조금이 계속 풀리는 것에 주목하고 시장과열을 주도한 사업자 한 곳을 지목해 '나홀로 영업정지' 등 본보기 처벌을 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통 3사에 1,064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과징금은 사상 최대 규모지만 당초 최소 2주간의 영업정지 등 '본보기'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벌점합계가 가장 높은 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의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벌점이 높은 사업자만을 강력히 제재하는 것은 제재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7월 KT를 과열 주도 사업자로 선정해 일주일간의 '본보기 영업정지'를 내린 바 있다.
방통위는 이통 3사 가운데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 한곳을 골라 '나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것을 적극 고려했다.
하지만 주도사업자 선별 기준에 따라 3사에 벌점을 부과한 결과 SK텔레콤 73점, KT 72점, LG유플러스 62점 등 벌점 변별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들은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것에는 안도하면서도 수백억원대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SK텔레콤은 "당사가 지속 견지해온 시장안정화 노력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결과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어 "앞으로 보조금 경쟁에서 탈피하고 서비스 중심 경쟁을 통해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에 '본보기 영업정지'를 당한 KT는 "건전한 이동통신 생태계 조성과 소비자 차별 방지라는 방통위 취지에 공감해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어 "다만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한 특정 사업자 한 곳을 영업정지 하는 본보기 처벌을 내려야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는데 주도 사업자를 처벌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경쟁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본보기 영업정지에 처해지지 않은 데 대해 방통위 재제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더니 변별력이 없다고 과징금만 부과할거면 그동안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르겠다"며 방통위 결정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높이기만 할 게 아니라 불법 보조금 선도 사업자를 엄단할 수 있는 조사 기준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방통위원은 "이통사들이 치고 빠지기식으로 보조금 지급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방통위의 조사요원과 예산은 너무 적고 조사샘플의 안정적 확보도 어렵다"며 방통위의 조사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과징금 1,064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은 SK텔레콤이 560억원, KT가 297억원, LG유플러스가 207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날 이통 3사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7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부과된 과징금은 각각 364억, 202억, 102억원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