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의 퇴장으로 10명이 뛴 에버턴이 후반 들어 선덜랜드를 압도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리그 5위의 에버턴과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선덜랜드의 전력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기는 선덜랜드의 1-0 승리로 끝났다. 기성용(24)이 전반 25분 페널티킥을 넣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자 결승골의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 선덜랜드의 첫 원정 승리 그리고 1996년 이후 첫 에버턴 원정 승리가 기성용의 발 끝에서 완성됐다.
기성용은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팀내 최고 평점인 9점을 받았다. 평점 9점을 받은 선수는 또 있다. 골키퍼 비토 마노네다.
기성용이 결승골을 만들었지만 마노네의 활약도 대단했다. 에버턴의 후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두 차례나 나왔지만 모두 마노네의 선방에 걸렸다.
선덜랜드의 거스 포옛 감독은 경기 후 유로스포트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수가 승리의 주역이 될 때가 많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골키퍼의 활약이 필요할 때도 있다. 비토가 우리의 승리를 이끌었다. 골키퍼가 오늘의 맨 오브 매치다"라며 마노네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선덜랜드의 열세가 예상됐던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것은 분명 기성용이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킥을 이끌어낸 장면이다.
포옛 감독은 "실수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한 엄청난 일이었다"고 말했다. 상대의 실수를 결승골로 연결시킨 기성용의 집중력은 이날 경기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결승골을 넣은 기성용이 생존 경쟁을 위한 불꽃을 일으켰다"며 기성용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선덜랜드는 승점 13점째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최하위다. 잔류의 마지노선인 17위와는 승점 3점차. '박싱데이' 기간 중 가장 험난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였던 에버턴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강등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만큼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