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지정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최대 시련

전문가 "무슬림형제단, 탄압에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이집트 내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이집트 군부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지도자들은 현재 투옥돼 있거나 도주 중인 상황이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반나가 창설한 이래 85년간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출범 당시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 성격을 띤 이 단체는 지난 수십 년간 이집트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최대 반정부 조직으로 성장했다.

초창기에는 급진적 이슬람 세력을 대변하기도 했다. 특히 1948년 마흐무드 파흐미 노크라시 이집트 총리를 암살하는 등 1940년대에는 잇따른 암살을 자행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지배하는 국가 설립을 목표로 내건 무슬림형제단은 1954년 이집트의 최고 실권자이던 가말 압둘 나세르의 암살을 기도한 사건 이후 불법단체로 탄압받기 시작했다.

나세르 전 대통령은 1950~60년대 무슬림형제단을 가혹하게 억압했고, 이는 알카에다 같은 급진적인 이슬람 단체가 출현하는 계기가 됐다.

1981년에 들어선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은 이 단체가 폭력투쟁 노선을 포기하자 탄압과 회유 정책을 병행하며 일정 수준의 정치활동을 보장했다.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사회활동과 풀뿌리 정치운동을 펼치고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하에서 치러진 선거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회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는 방식으로 의회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무슬림형제단의 정책노선을 지지하는 비이슬람교도들을 포함해 수십만명의 지지자를 확보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선거에 참여하며 무기명투표를 반이슬람적이라고 여기는 알카에다와 기타 급진 이슬람단체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을 계기로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퇴진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은 정치 전면에 부상했다.

자유정의당을 창당해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 전면에 나선 것이다.

당시 무슬림형제단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 우리는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이내 입장을 번복해 무함마드 무르시 자유정의당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보내 당선시켰다.

지난해 첫 자유선거로 치러진 대선에서 이 단체 소속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무슬림형제단은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무르시 전 대통령은 국정과 경제를 잘못 운영했다는 비판과 함께 무슬림형제단에 권력을 몰아줌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7월 3일 군부에 축출됐다.

이후 군과 경찰은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무력 진압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교도를 포함해 1천명 이상이 숨졌고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지도자와 무르시 지지자 등 약 2천명이 투옥됐다.

군부의 지원을 받는 이집트 과도정부는 지난 24일 발생한 경찰청사 폭탄 테러의 책임을 무슬림형제단에 전가하고 25일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선포하기까지 이르렀다.

수십년 이래 가장 강경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최근의 탄압은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권의 탄압이 심하더라도 무슬림형제단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집트 유력 일간 알아크바르 편집장 압델 와히드는 "이집트의 역사를 봐도 무슬림형제단의 끈질긴 자생력을 알 수 있다"며 "외관상 군부와 정부가 더 힘이 세지만 사상적으로는 무슬림형제단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