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잇따른 무리수? 영장 기각에 다시 적법성 논란

법원 "범죄 혐의 성립 여부에 다툼 여지 있어"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가운데)과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에 은신 중인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일부 노조원을 면담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성호 기자)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방해하고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검찰총장까지 “불법 사태를 방치하면 법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민주노총 강제 진입’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상호 판사는 26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10분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현관에서 깨진 유리 파편을 경찰관에게 던져 왼쪽 눈 부위 1.5cm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통상적인 기각 사유 외에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김 위원장에게 적용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으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단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대법원은 불법 체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일관된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유리 파편을 던져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이 더 이상 건물에 진입하지 않았으면 해서 순간적으로 떨어진 유리를 던졌다”며 “경찰관이 혹시 다쳤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이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 자체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경찰의 강제 진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법률가 단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민변과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이미 지난 23일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남대문경찰서장 등을 직권남용과 불법체포ㆍ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강제 진입으로 기물과 자료 등이 파손되면서 민주노총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김 위원장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당시 경찰 진입에 극렬하게 저항한 민주노총 간부 3명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6일 전국 경찰지휘관회의에서는 “사회의 기강을 흔들고 갈등과 마찰을 유발하는 불법과 무질서에는 엄정하게 대응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성윤 부위원장은 이날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은신하고 있는 서울 조계사를 찾아 “이미 검찰에서 얘기한 대로 또 구속영장 이런 걸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며 “민주노총은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한 철도파업에 끝까지 함께 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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