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총리 자격으로 참배하는 행위는 주변국 침략 역사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피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즉각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신사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하거나 공물료를 대납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아베 총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1차 내각 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극한의 통한'이라고 밝힌 데 이어 전격 참배에까지 나선 데는 자국 정치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아베 총리는 12월 초 안보 관련 법안인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처리한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지지기반이 취약해진 상태다. 보수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밀어붙이기 위해 신사참배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국내정치를 챙기는 대신 잃게 되는 것이 주변국과의 관계인데, 이에 대해 일본은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합리화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일본이 한중에 끊임 없이 대화제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특히 한국과는 자위대의 실탄 지원과 관련해 "도와주고 욕먹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든든한 후원자라고 믿고 있는 미국조차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 우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한일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만큼,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대신 전몰자 묘원을 참배한 것도, 동북아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베 총리 자신이 이번 참배가 주변국에 어떤 의미를 주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침략 역사의 피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의 반발 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도 지금 상황을 껄끄럽게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