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그는 초중고부터 기업가정신을 의무 교육으로 실시할 경우, 약 120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한개의 벤처기업을 만들면 115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도전적인 벤처기업이 1만개 설립되면 11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기업가들이 갖는 사고체계와 행위양식을 말한다. 특히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해 사업적인 성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뜻한다.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우가 많아 '창조적 파괴자'라고 불린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GEDI)는 118개국 가운데 43위를 기록했다. 중국ㆍ말레이시아ㆍ멕시코 등과 같은 4그룹으로, 오만ㆍ사우디아라비아ㆍ칠레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1그룹은 미국ㆍ덴마크ㆍ호주 등이다.
그 이유를 기업가정신 교육의 부재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로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의 창업률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의 연 수입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7% 많았다.
한국의 청년들은 대부분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그들은 주위의 실패한 기업가들을 보며 '창업은 위험하다'하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청년들은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간 45만명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이른바 '스펙'을 쌓는 현 취업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해외의 경우,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실제로 기업을 설립하고 있다. 또 넓은 의미의 기업가정신으로, 기업 내에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사내 기업가'다. 상사의 명령에 '노(No)' 보다는 '예스(Yes)'라고 말하는 부하직원이 인기가 높은 한국 기업문화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 '노벨상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미국 내에선 대학간 기업가정신 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계획을 설계하는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EU는 2006년 '오슬로 어젠다'를 통해 모든 유럽 국가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권유했다. 이후 핀란드ㆍ덴마크ㆍ스웨덴 등 경쟁력 최상위 국가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기업가정신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민화 이사장은 "미국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청소년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기업가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일생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교와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장소에서든 청소년에게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가, 교육 통해 만들어져
반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아직 시작 단계다. 164개 대학이 창업선도 사업과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라기보다는 창업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술적인 내용의 전달에 치우쳐있다. 또 창업동아리를 통해 창업관련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과과정이 없고, 전문교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중고등학교에선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영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의 창업과 경제교육의 연장선으로 중소기업청이 '비즈쿨' 사업을 운영, 창업유망주 발굴ㆍ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영달 동국대(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미국ㆍ영국 등 영미권 국가들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미래를 보는 시각"이라며 "이들은 벌써 기업가정신을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년 전 카이스트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쳤던 안철수(무소속) 의원은 '한국형 케이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해외 기업 또는 국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성공 케이스를 유형화해 학생들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토론ㆍ분석하는 게 효과적이다"며 "반대로 실패한 케이스를 통해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연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창업 활성화를 고용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이는 자칫 잘못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ㆍ비즈니스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은 '기업가형 창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올 4월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조형 창업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 기반의 기업가형 창업은 2011년 기준 전체 창업의 16%에 불과했다. 미국(34%ㆍ2007년), 독일(30%ㆍ2010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연대보증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벤처기업을 세운 A씨. 그는 창업자 연대보증제도로 무너졌다. 한국 사회에선 신생기업이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연대보증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3년 만에 회사 간판을 내렸다. A씨는 약 3억원의 부채와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을 갖게 됐다. 재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창업자금 조달, 융자 → 투자
이처럼 연대보증제도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실패기업인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기업의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술력을 지닌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에 한해선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창업자금 마련이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벤처업계의 주장이다.
이민화 이사장은 "창업자금은 융자가 아닌 투자로 조달돼야 한다"며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엔젤투자'가 확대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엔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코스닥 상장이 유일한 창구이지만 보통 13년 걸린다"며 "중간 회수시장인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해 창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