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당 전면 개각 임박…정국혼란 가중

검찰 '2차 비리 수사'…리라화 또 사상 최저치 경신

터키 집권당을 강타한 사상 최대 비리사건으로 장관이 물러나면서 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5일(현지시간) 일부 언론이 보도한 '2차 비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 수사가 "갱단의 더러운 작전"이라며 연일 터키를 음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으나 전면 개각이 불가피한 정의개발당은 집권 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퇴 장관 "총리도 물러나야"…전면 개각 임박

지난 17일 뇌물과 건설허가 비리 등의 혐의로 아들이 체포된 장관 3명이 25일(현지시간)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이들 장관 가운데 2명은 반관영 뉴스통신사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사퇴한다고 밝혔으나 1명은 민영방송과 전화 인터뷰로 사의를 표명하고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은 NTV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이 체포된 건설허가 비리 혐의와 관련해 "건설허가 대부분은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로 하게 됐다"며 "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에게 사퇴서와 성명서가 보내졌다"며 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면서 "이런(성명서에 쓰인 대로 발표하는) 방식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야당과 시위대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리의 퇴진을 촉구했지만 집권당 의원인 장관이 총리에 책임을 물은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현지 언론들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정치 평론가들은 에르도안 총리가 내년 지방선거에 장관들을 주요 도시의 시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소폭 개각을 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날 장관 3명의 사퇴로 전면 개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 소식통은 "26일 예정된 내각 회의가 끝나면 개각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바이락타르 장관의 예상치 못한 총리 퇴진 촉구로 정의개발당이 더욱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의개발당은 이미 법무부와 교통부, 가족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시장 후보로 발표했으며 이날 장관 3명이 사퇴해 전체 21개 부처 가운데 최소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

현지 언론들은 에게멘 바으시 유럽연합(EU)부 장관도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이 면책특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개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2차 비리 수사' 확인…리라화 또 사상 최저

앙카라 검찰청은 이날 일부 언론이 '2차 비리 수사'로 지칭한 철도공기업 사장의 비리 혐의 조사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다만 검찰은 보도에 나온 부패와, 범죄조직 구성, 입찰 사기 등의 혐의 일부는 사실과 다르며 지난 17일 작전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날 장관 3명의 사퇴에 이어 검찰의 별도 비리사건 수사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내무부 장관을 지낸 이드리스 나임 샤힌 정의개발당 의원이 전격적으로 탈당을 발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바이락타르 장관의 사퇴 촉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이번 수사가 국가 내부에 있는 "불법 갱단"이 터키를 음해하려는 "더러운 작전"이라는 음모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정의개발당 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이번 수사로 적발된 국책은행인 할크방크와 이란 간의 금(金) 거래는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아제르바이잔 출신인 사업가인 레자 자라브가 이란과 금 거래와 관련해 할크방크의 슐레이만 아슬란 행장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이들을 구속했다.

아울러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검·경의 수사가 이슬람 사상가인 페툴라 귤렌 측이 정부를 공격한 것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귤렌을 겨냥해 "한 손으로는 코란과 알라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음모들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수사가 터키의 보수 이슬람 집권층인 에르도안 총리와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귤렌 지지층 사이의 권력 다툼 양상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귤렌 지지자들은 경찰과 사법부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총리와 귤렌 측은 지난여름 반정부 시위 때부터 갈등이 커졌으며 최근 귤렌 지지층의 핵심 기반인 입시학원을 정부가 폐지하기로 발표하면서 반목이 심해졌다.

정의개발당 의원 가운데 귤렌 측 의원 2명이 탈당했으며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 탈당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의개발당은 2002년 총선 이후 3차례 연속 승리로 11년째 집권했으나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과 3대 도시인 이즈미르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시장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국 혼란이 가중되자 이날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달러당 2.08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스탄불 증시의 대표지수인 BIST100도 4.20%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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