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도 꿋꿋' 美정치인 부부 5년 만에 파경

스피처 전 주지사 성탄전야 성명…'연하 동거설' 등 악재 겹쳐

수년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남편의 성추문에도 꿋꿋이 그 곁을 지켰던 엘리엇 스피처(54) 전 뉴욕 주지사의 부인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별을 택했다.

스피처의 아내 실다(55)는 애초 '미스터 클린'으로 유명했던 남편이 2008년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주지사직을 그만둘 때 기자회견장에서 남편의 곁을 묵묵히 지켜 미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번 결별은 대외 이미지와 사적 감정 사이의 간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한 정치인 부부의 역정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보인다.

스피처 부부는 24일 밤(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26년간의 부부 관계가 끝났고 이 문제를 대외적으로 더 거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뉴욕포스트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특히 성명이 나온 시기는 미국의 최대 가족 휴일인 크리스마스 이브 때로 스피처 부부의 관계가 그만큼 황폐화했다는 방증이라는 추측도 있다.

파경 사유는 현재 불명확하다. 그러나 스피처 전 주지사는 결별 발표 전인 이달 초 빌 더블라지오 현 뉴욕시장의 여성 대변인인 연하 리스 스미스(31)와 동거한다는 언론 보도가 터져 나와 이미지에 또 다른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동거설을 단독 보도한 뉴욕포스트는 실다 측의 측근을 인용해 스피처 부부가 결별 발표 전에도 이혼을 협의해온 상태였다고 전했다.

스피처 전 주지사가 현재 관리하는 부친의 맨해튼 호화 부동산을 이혼 때문에 갑작스럽게 처분하는 일이 없도록 재산분할 및 위자료 조건 등을 협상했다는 것이다.

스피처 부부는 명문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다. 애초 유능한 기업 변호사였던 실다는 남편이 검찰에 입문하자 배우자의 꿈을 위해 자신의 직업을 희생했고 이후 내조에만 힘썼다. 부부는 세 딸을 뒀다.

스피처 전 주지사는 뉴욕주 검찰총장이 되자 화이트칼라 금융범죄를 적극적으로 척결해 청렴한 이미지를 쌓았고 2007년 뉴욕 주지사에 당선됐다.

탄탄대로가 예상됐던 그의 인생은 그러나 이듬해 뜻밖의 암초에 무너졌다. 고급 매춘 업체의 주요 고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직 퇴출의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이다.

실다는 이 최악의 시기에도 남편을 떠나지 않아 '놀라운 부부애'란 평을 들었으나 이후 남편의 정계복귀 행보에는 전혀 동참하지 않았다.

스피처 전 주지사는 올해 뉴욕시 감사원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고 당내 경선에 도전했으나 패배, 재기를 뒤로 미뤘다.

스피처와 '동거 의혹'이 제기된 스미스는 둘 다 이번 결별 발표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뉴욕 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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