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13초를 남기고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당연히 3점슛으로 동점을 만드는 작전이었다.그런데 이상범 감독이 3점슛을 던지라고 지목한 선수는 바로 오세근이었다. 물론 막힐 경우에 대비한 패턴도 지시했지만 분명 첫 번째 옵션은 오세근이었다. 비록 제대로 된 시도 없이 오리온스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지만 다소 의문이 남는 장면이었다.
아끼는 제자가 기 죽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범 감독은 24일 오리온스전을 마친 뒤 "마지막에 세근이에게 책임지라고 했다. 3점슛도 쏘라고 했다. 그 정도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수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세근이 때문이 이긴 경기도 많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첫 번째 옵션으로 세근이를 선택했다. 그 정도 배짱 없는 선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1-2012시즌 신인왕과 챔피언결정전 MVP를 손에 거머쥔 오세근은 지난 시즌을 부상 탓에 통째로 날렸다. 올해도 여전히 부상을 달고 뛴다. 출전 시간도 20분이 채 못 된다. 당연히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상범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50~60% 정도.
그럼에도 이상범 감독은 오세근에게 적극적인 1대1 공격을 주문한다. 그냥 코트를 왔다 갔다만 반복하는 것보다 제 플레이를 꾸준히 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게임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상범 감독은 "몸놀림은 많이 좋아졌다. 게임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1대1 공격을 많이 시킨다"면서 "세근이는 내 마음 속의 대한민국 최고 센터다. 그 친구가 기 죽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이날 패배 역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한참 추격에 불을 지피던 인삼공사는 종료 1분19초전 양희종, 종료 19초전 오세근, 종료 8초전 김태술의 실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경기는 잘 했는데 조금 아쉽다"면서 "1분 정도 남기고 연거푸 실책이 나올 때 작전 타임을 불렀어야 했는데 그 때 못 부른 것이 패착이다. 내가 실수했다. 타임이 있었는데 부를까 말까 고민하다 흐름을 못 읽었다. 선수들은 끝까지 좋은 경기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