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박근혜정부에 타격을 주려던 대선불복 세력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철도노조와 연대하며 벌이고 있는 철도파업은 개혁거부 철밥통 지키기 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한 말이다. 발언의 맥락으로 볼 때 정부의 강경대응에 반발하는 야당과 정권퇴진운동을 선언한 민주노총 등을 대선불복 세력이라고 낙인 찍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에 항의하는 야권을 대선불복이라고 몰아붙였던 새누리당의 논리가 철도파업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청와대와 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대선불복이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장기화되는 철도파업의 배후에 강경 일변도의 대응과 대화 부족이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 방하남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철도파업 과정에 “직접 노조 집행부를 만나 설득하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아마 했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여야 모두로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03년 4월 철도파업 때 참여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노조간부들과 식사를 하는 등 철도노조와 수 차례 공식 비공식 대화를 거듭한 끝에 “철도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안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며 평화적 타결을 이끌어냈다.
다만 석 달 뒤 벌어진 2차 파업에서 참여정부는 불법파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노조 지도부 검거가 아닌 연세대학교에 모여있던 노조원 해산에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국민이 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야당 보고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라는 국민적인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패한 야당은 승자를 돕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선볼복론’의 변형으로 정부·여당 견제라는 야당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에 가까운 48%에 이르고, 박 대통령이 ‘100%국민대통합‘을 약속했던 점에 비춰보면 국민·야당과의 소통은 정부여당에 더욱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철도노조나 그런 분들은 국민에 포함되느냐”며 “우리만 국민이고 너희들은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불리하면 침묵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면 대선불복으로 몰아세우며 대화를 기피하는 청와대와 여당으로 인해 국민통합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