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격추 소련 조종사 "악몽에 시달렸다"

지난 1983년 대한항공(KAL) 여객기를 격추한 소련 수호이(Su)-15 전투기 조종사 겐나디 오시포비치는 자신은 군인으로 명령을 수행했으나 그동안 잦은 악몽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올해 69세의 오시포비치는 최근 그가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남부 아디게 공화국의 수도 마이코프에서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당시 지상에 있는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KAL기에 4발의 경고사격을 했으나 KAL기는 경로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지상으로부터 격추명령을 받고 KAL기와 5km쯤 떨어진 거리에서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KAL기는 꼬리 부분에 미사일을 받고 화염에 휩싸였다고 오시포비치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명령을 실행하고 기지로 귀환했을 때 환영을 받았다고 기억하고 상관들로부터 심문을 받은 후 10일 만에 사할린에서 마이코프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시포비치의 부인 류드밀라(67)는 KAL기 피격은 날조된 이야기로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이 없었다면서 남편은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시포비치는 이 문제에 대해 당시 KAL 여객기만 보았을 뿐 미군기는 보지 못했다고 확인하고 KAL기에 승객들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유족들에게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당시 여객기 조종사가 항로에서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오시포비치는 앞서 러시아 시사 주간지 '아르구멘티 이 팍티'(논증과 사실)와의 회견에서 KAL기가 강제 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나란히 비행하던 자신의 전투기를 따돌리며 갑자기 속도를 늦춰 정찰기로 확신을 하고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3년 9월 1일 뉴욕을 출발해 앵커리지를 경유, 서울로 향하던 KAL 007편 보잉 747 여객기는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269명이 모두 숨졌다.

KAL기 격추 사건의 책임이 전적으로 항로를 벗어난 여객기 조종사에게 있다고 주장하던 소련 당국은 오시포비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한편 중령으로 조기 승진까지 시키고 마이코프로 전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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