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운명, '3가지 시나리오'

미국 법인 인수→분노, 국내 법인 인수→비난, 코레일 운영→수긍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수서발 KTX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정치권, 코레일 노사의 줄다리기가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하다. 이제 곧 생명 줄이 끊어질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수서발 KTX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코레일 노사 양측의 주장과 법적, 제도적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의 운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시나리오 ① 미국 민간철도회사 인수

먼저, 미국의 민간회사가 한미 FTA 협정을 발판으로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한국은 지난해 발효된 한미 FTA 협정을 통해 2005년 6월 30일 이전 건설된 국내 철도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 운영하고, 이후 건설된 철도에 대해선 미국 자본의 철도시장 진입을 완전 개방했다.

이 같은 FTA 양허 조건에 따라 지금의 경부고속철도는 당연히 코레일이 독점 운영하고, 현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수서발 KTX 철도는 내년부터 건설되는 만큼 미국 민간회사가 얼마든지 지분을 확보해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수서발 KTX 철도가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경기 성남을 거쳐 평택까지만 건설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의 경부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회사가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인수해도 평택까지만 철도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독점권을 갖고 있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에 경부고속철도의 선로 사용권을 임대해주면 가능해진다.

철도노조와 일부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한미 FTA 협정을 통해 국내 철도시장을 개방해 놓고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미국 자본에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기환 선임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철도사업이 화물열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KTX와 같은 고속열차는 기술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운영 체계도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국내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국산 고속열차 '산천'을 공급하는 현대 로템의 경우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경우처럼 미국 자본이 국내 열차 조달시장에 우회 투자할 수는 있지만 운영 자체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이 시나리오는 국민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어 실현 가능성이 없고 부담도 크다.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시나리오 ② 국내 민간사업자 인수

다음은, 국내 대기업들이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철도노조 파업의 최대 쟁점사안이다.

현행 '철도사업법' 2조 8항은 "철도사업자란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철도공사 및 제5조에 따라 철도사업 면허를 받은 자를 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철도공사뿐 아니라 일반 민간사업자도 철도사업 면허만 받으면 얼마든지 철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국내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수서발 KTX 철도 건설과 운영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대우건설은 동부그룹과 함께 처음부터 수서발 KTX 운영권에 관심을 보이다 지난해 2월 사업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이 시나리오는 철도민영화 논란 끝에 정부가 코레일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항상 폭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철도노조가 17일째 파업을 벌이며 주장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설립한 뒤 결국은 국내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민영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절대 민영화는 없다고 설득하고 있다.

결국 이 시나리오 역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팽개치고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국내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기에는 부담이 큰데다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모두가 민영화는 없다고 말을 했고, 앞으로 문서화 하는 과정에서 직인도 찍을 텐데 과연 민간 사업자가 인수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시나리오 ③ 코레일 순수 자회사로 운영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자본도, 국내 민간 사업자도 아닌 순수 코레일 자회사가 수서발 KTX를 끝까지 책임지고 운영하는 방안이다.

민영화 논란이 필요 없는 가장 확실하고 깔끔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노조와 민주당 등 야당은 철도민영화를 아예 법으로 금지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미 FTA 협정과 국내 철도 관련 법률 위반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경우에는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는 '면허 재량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노조원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부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승무원 김철종(가명)씨는 "현재로썬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을 놓고 노정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이 워낙 확고한 만큼, 믿고 갈 수밖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1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의 입장에서도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순수 코레일 자회사로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과 타협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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